1편에서도 부조리한 관료조직에 불타는 가슴으로 대항하던 아오시마 형사는 2편에서 더욱 강력한 적수와 맞닥뜨린다. ‘부모를 잘 만나’ 초특급 엘리트 승진을 거듭해온 냉혈한 오키다 본부장, 정리해고를 당한 것에 대한 앙갚음으로 중역들만 골라 연쇄살인을 벌이는 5명의 범인이 그들이다. 이중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수평적 조직을 지향하는 범인들을 그리는 방식이다. 경찰서로 전화를 걸어온 범인들은 비웃는 투로 “우리에겐 리더 따윈 없다. 너희들이 설사 우리를 잡아내더라도 이게 끝이 아니다. 또다시 끓어오를 수밖에 없다”라고 선언한다. 30대 중반, 부모 세대의 빚을 갚고 살아가는 버블 경제의 아이들. 어찌 보면 일본의 대표적 희생자인 이들이 더이상 수직적 조직의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부품 같은 일부로 살아가길 거부한다. 이 막가파 아나키스트들에게 대항하는 아오시마의 논리는 “훌륭한 리더가 있다면 조직은 쓸모없는 것이 아니다”지만 어쩐지 그것이 그닥 매력없게 들리는 이유는, 한국의 상황 역시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결국 문제는 훌륭한 리더의 부재이며, 진정한 열정과 열의로 모든 역경을 뚫고 해결해나갈 수 있다는 개인과 집단의 적절한 조화라는 건전한 결론! 모두가 행복해지게끔 예정된 결말로 치달으며 이 모든 무거운 소재들을 일본 특유의 장인 정신, 즉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가치없는 일은 없다’의 정신으로 가볍게 터치하며 적절한 웃음과 눈물로 명랑하게 장애물을 극복해나가는 흐름이야말로, 그 자체가 거대한 엔터테인먼트가 되어버린 <춤추는 대수사선> 시리즈의 특징이자 가장 큰 매력임을 부인하기는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