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인터뷰] <실미도>의 강우석 감독
2003-12-12

"실미도 부대원들은 소수 권력과 야만국가의 피해자이다."

강우석 감독의 대형 프로젝트 '실미도'가 10일 기자시사회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실미도>는 실미도 684 북파부대의 비극적 실화를 그린 작품으로, 총 6개월간 82억원의 제작비로 실제 훈련장소인 실미도에서 촬영됐다. 시사회가 끝난 후 기자들을 만난 강 감독은 "물량 투입이나 소재에서 이제는 못 만들 게 없고 따라서 정면승부할 생각으로 영화를 찍었다"며 "리얼한 점만 강조하기보다 극적 장치를 통해 관객들의 외면을 피했다"고 연출의도를 설명했다.

다음은 강 감독과 일문일답.

-첫 공식시사를 마친 소감은.

=영화를 만들면서 몸과 마음이 너무 고생스러워 사실 다시 영화를 보기가 싫을 지경이다. 연출을 한 편수가 하나하나 늘면서 감독도 영화를 만들 때 책임을 질 수 있어야 오래 남는 영화가 된다는 강박관념이 갖게 되는 듯하다. 함께 몸부림쳤던 출연배우들에게 감사하다.

-어디까지가 실제인지 궁금하다.

=모두 31명의 부대원 가운데 훈련도중 사망한 일곱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죽거나 체포됐으며 체포된 사람도 얼마 안 있어 사형당했다. 때문에 자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인민국가의 경우 부대원들이 애국가보다 더 많이 불렀다는 것은 사실이다. 주변 섬의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새벽에 잠을 깰 정도로 인민군가 소리가 빈번히 들렸다고 한다. 실제로는 북한 사투리까지 썼다고 들었지만 이 부분은 제외시켰다. 강간 장면이나 자폭은 실제로 있었던 일에 가깝다. 주인공 '인찬'이 연좌제 때문에 괴로워 했던 점은 극화한 것이다. 실화이기는 하나 너무 리얼한 점만 강조하면 감동은 살지 모르지만 관객들이 외면할까 두려웠다. 그래서 웃음을 이끌어내거나 죽음을 슬프게 하는 장치를 만들었다.

-뒤늦게 굳이 과거의 부끄러운 역사를 꺼낸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겠다.

=마찬가지라면 5.18이나 10.26의 경우도 굳이 꺼낼 필요가 있는 일이겠나? 이 시대가 저런 야만을 거쳐온 것이라는 식으로 오히려 발전적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인물의 이름이나 시대 상황을 되도록 배제한 것 같은 느낌이다.

=시나리오에는 원래 있었지만 역사적 배경을 슬쩍슬쩍 생략했다. 너무 리얼하면 (관객들의) 상상할 여지를 좁게 하고 역사적 배경에 주눅들게 만든다.

-외국 관객들에게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소재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나라든 일상적으로 있는 이야기다. 실제로 상관이 다른 상관과 사이가 안 좋아지면 부하직원끼리도 사이가 나빠진다. 만약 갑자기 윗사람들이 화해해버리면 밑에 있는 사람들은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 같은 이유로 (실미도) 사건에 대해 전혀 모르는 10대들도 이해할 것으로 믿는다.

-부대원들을 훈련시키는 두 하사관의 입장이 후반부 갑작스럽게 바뀐다. 어떤 의도가 들어있나.

=내가 본 이 영화의 승부처가 이 장면이다. 그만큼 주눅들어서 찍었다는 얘기다. 두 인물의 성격이 바뀌는 것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면 성공한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