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기없는 젊음만 봐서인가. 아니면 신인배우들의 멋쩍고 주눅 든 모습을 당연하게만 봐서인가. 김강우의 첫마디는 자못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이거 표지용 인터뷰인가요?” 몰라서 묻는 소리는 아니다. 기자의 반응을 지켜보는 그의 올곧은 눈매에 조롱은 없지만, 그래도 왠지 더듬거리게 된다. “매일 밤 몽상에 잠겨요. 대종상 시상식에서 수상 멘트를 날리는 제 모습을, 청룡상 후보로 호명되는 모습을, 레드 카펫을 당당히 밟는 모습을 그리고 또 그리죠. 두고 보세요. 앞으로 5년 안에 지명도 10위 안에 들어갈 거니까.” 지기 싫어하는 그의 성격을 더욱 부추기는 것은 강력한 이미지네이션, 자기 최면에 있다. “오디션장에 들어설 땐 ‘나는 된다, 꼭 된다’는 생각밖에 안 해요. 그런 생각 없이는 애초에 기싸움이 안 되거든요.”
<실미도> 오디션에서 김강우가 도전한 막내 부대원 역에는 이미 내정자가 있었다. 막판에 뒤집기가 가능했던 이유는 역시 ‘된다’가 아니었을까. 7개월의 혹독한 촬영, 아니 훈련 동안 그가 기싸움을 벌였던 상대는 쟁쟁한 고참 배우들이었다. “연기를 하는 순간에는 ‘내가 그들을 이긴다’는 마음이죠. 적어도 한 프레임 안에 설 땐 동등한 연기자다, 아니 어느 순간은 내가 더 낫다….” 그에게 주어진 촬영 분량은 현재의 잘려나간 편집본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어느 한 개인을 부각시키기보다 집단을 아우르려는 감독의 의도 덕분에 그는 쓴울음을 삼켜야 했다. 그래도 작품을 생각하며 그는 마음을 다잡았다. “지금 저는 야구선수로 치면 마이너에서 메이저로 올라가는 그 중간 단계, 트리플 A에 있어요. 이제부터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제게 어떤 기회가 언제쯤 올 거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