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할리우드 박스오피스 총수입이 2002년에 비해 감소했다. 미국의 박스오피스 집계 전문회사 이그지비터 릴레이션사의 통계에 따르면 2003년 미국 극장수입은 총 92억7500만달러로 2002년의 93억1700만달러에 비해 0.45% 줄었다. 미국 내 연간 입장수입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1991년 이후 처음이다. 게다가 지난해 티켓의 평균 가격이 3.97%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한해 동안 미국에서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4.25% 줄었다는 결론이다. 불법복제의 여파가 드디어 수치화된 것이 아니냐는 진단도 나오고 있지만, 흉년의 직접적 원인은 무엇보다 초대형 히트작의 편수가 2002년에 비해 줄어들었다는 사실에 있다.
2003년 할리우드는 1억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린 영화를 25편 배출해 2002년의 24편을 수적으로 앞질렀지만, <스파이더 맨>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 <스타워즈 에피소드2> 등 지구력 있는 히트작을 양산한 2002년을 따르지 못했다. 2002년의 <아이스 에이지> <링> <나의 그리스식 웨딩> 같은 깜짝 히트를 내지 못하고 <미녀 삼총사2>(사진) <툼레이더2> <금발이 너무해2> 등 초반 장사에 그친 속편도 부진의 원흉. 최대 기대작 <매트릭스>의 두 속편도 팬들을 만족시키는 데 실패해, 3편의 수입은 시리즈 중 최저인 1억4천만달러에 머물렀다.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이 흥행몰이를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일단 2003년 흥행 1위는 3억4천만달러를 번 <니모를 찾아서>가, 2위는 3억500만달러의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가 차지했다. 두 영화의 산실 디즈니는 올해 극장수입 15억2천만달러를 올려, 단일 스튜디오로서는 지난해 챔피언 소니의 16억달러에 버금가는 역대 2위의 기록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