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주인공 장동건(32)이 강제규 감독과 원빈ㆍ공형진과 함께 10일 부산을 찾았다. 그는 이날 낮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치러진 '체험! 태극기 휘날리며展(전)' 개막식에 참여해 관계자들과 테이프도 자르고 수많은 팬에게 둘러싸여 팔이 아프도록 사인도 해주었다. "전시장에 들어서니 촬영 때의 기억이 고스란히 떠오릅니다. 대구역으로 꾸민 곳의 증기기관차 객차에도 올라가봤지요. 동생을 구해내려다가 함께 강제징집당하는 대목에서 카빈 소총 개머리판에 맞고 온몸이 시퍼렇게 멍들었던 게 생각나더군요. 촬영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인데 앞으로 치러야 할 고생 때문에 눈앞이 캄캄해졌지요."
곁에 있던 원빈과 공형진도 생각만 해도 지긋지긋하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고생담을 털어놓는다. 원빈은 "철모가 그렇게 무거운지 몰랐다"고 털어놓았고 공형진은 "영화를 보시면 우리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거든다.
3월 14일까지 계속될 '체험! 태극기 휘날리며展'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테마파크형 영화 콘텐츠 전시회. 강제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태극기 휘날리며>의 주요 장면 세트와 소품 등을 감상할 수 있고 신기한 영화 체험도 즐길 수 있다.
강제규 감독은 "미국과 일본의 영화 테마파크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착안했으며 영화 수익창구를 다변화하는 동시에 관객에게 영화 체험의 기회도 제공하기 위해 전시회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2월 6일 개봉될 <태극기 휘날리며>는 제작비 150억원 규모의 초대형 블록버스터. 6ㆍ25가 터지자 피난길에 오른 형제가 강제징집돼 사병으로 참전하면서 급격한 운명의 변화를 맞는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장동건은 동생 진석(원빈)을 살려서 집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몸을 돌보지 않은 채 적진을 누비다가 점차 전쟁의 광기에 빠져드는 형 진태로 등장한다.
"이제 개봉이 한 달도 남지 않았네요. 시험 치르고 나서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는 수험생의 심정 같아요. 시험은 잘 본 듯한데 성적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네요. 주변에서도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우리나라 영화사에서도 그렇지만 장동건의 연기 인생에도 커다란 획을 긋는 분수령이 될 만하다. 2001년 곽경택 감독의 <친구>로 흥행배우 반열에 오르고 이듬해에는 '조각 미남'이라는 부담스런 꼬리표를 떼내기 위해 김기덕 감독의 <해안선>에도 출연했지만, 아직도 왠지 모르게 배우로서는 미흡한 구석이 있어 보이는 그가 이 영화로 높이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것은 말할 나위 없고 촬영기간 내내 어깨를 짓누르 듯한 중압감을 느꼈습니다. 이 모든 기억이 이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겠지요. 제가 좋은 배우가 되어가는 데도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