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뉴욕] 화산Go, 미국 MTV에서 반응 좋아Yo
2004-01-12
글 : 양지현 (뉴욕 통신원)
2003년 12월 방영, 스눕 독 등 힙합 가수들이 더빙과 사운드트랙 맡아

김태균 감독의 2001년작 <화산고>가 최근 케이블채널 <MTV>에서 힙합 가수들의 목소리로 더빙되고, 힙합 사운드트랙을 새롭게 삽입해 방영됐다. 그러나 원작을 변형시켰다는 불만과 나름대로 참신한 시도였다는 만족스런 평가가 맞서고 있다.

지난 2003년 12월21일 <MTV>에서 첫 소개된 <화산고>는 본래 상영시간이 2시간에 가깝지만, 1시간20분으로 축소 방영된 뒤 더빙과 사운드트랙 삽입 과정을 담은 10여분짜리 다큐멘터리가 연이어 방송됐다. 상영시간의 축소로 많은 내용이 삭제되거나 변형 또는 축소됐다. 이중 가장 큰 내용 변경은 교장의 역할을 <사비망록>을 둘러싼 이야기 구조와 함께 삭제해버린 것. 이 때문에 <MTV>의 <화산고>는 <사비망록>을 차지하기 위한 대결이 아니라 학생과 교사 사이의 대립으로만 표현됐다. 주인공 김경수의 과거나 기타 등장인물들의 이야기 중 일부는 주인공의 목소리를 담당한 안드레 ‘아이스 콜드’ 3000(그룹 ‘아웃캐스트’ 멤버)의 간단한 내레이션으로 대체됐다.

일부 아시아 영화팬들은 연기 경력이 별로 없는 가수들을 성우로 기용한 점과 원작의 내용을 너무 많이 수정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미국 내 또 다른 음악 케이블채널 <퓨즈>(FUSE)에서 오랫동안 아시아 액션영화를 힙합음악과 함께 소개해온 시리즈 <쿵포>(Kung Faux)를 노골적으로 도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아시안 영화 전문 팬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반면 골수 아시아 영화팬들이 아닌 시청자들은 MTV의 참신한 시도가 마음에 들었고, 영화의 이야기 전개나 액션장면에서도 만족스러웠다는 상반된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뉴욕 데일리 뉴스>의 TV평론가 데이비드 비안컬리는 <화산고>를 우디 앨런의 <왓츠 업, 타이거 릴리?> (What’s Up, Tiger Lily?)에 비교하면서, “우디 앨런의 작품이 원작 일본영화를 전혀 다른 영화로 바꾼 것에 비해 <화산고>는 원작을 충실히 따랐다”며 “안드레 3000의 목소리는 마치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숨기려는 클라크 켄트(슈퍼맨)의 어린 시절처럼 무게감 있게 전해진다”고 평했다. 그는 또 “프로듀서 잭 메비는 힙합 가수인 성우들이 연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이와 함께 새로운 노래와 배경음악을 원래 음악처럼 대체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호평했다.

그동안 국제영화제에서 관심을 모아왔던 <화산고>는 <MTV>의 오리지널 영화부서 부사장 매기 맬리나의 눈에 처음 띄었다. 이후 <MTV> 시청 연령층에 크게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 <화산고>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방영하게 된 것. 오리지널 영화부서의 대표 로이스 커렌은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다시 한번 <화산고>를 통해 <MTV> 오리지널영화는 TV영화를 다시 정의(redefine)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화산고>에는 스눕 독과 릴 존, 메소드 맨 등의 힙합 가수 외에도 R&B 가수 마야, 코미디언 트레이시 모건, <베스트 키드>로 유명한 노장배우 팻 모리타 등이 성우로 출연했다. 이 영화는 첫 방영 뒤에도 <MTV>와 <MTV2>에서 여러 차례 재방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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