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태극기 휘날리며>의 장동건, 원빈, 강제규 인터뷰
2004-02-04

3일 오후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에서 열린 <태극기 휘날리며>의 첫 시사회에 참석한 주연배우 장동건과 원빈은 우연히도 비슷한 모양의 '번개머리'를 하고 있었다. 영화에 원망과 애정이 얽힌 형제로 출연한 두 사람은 1년여간의 긴 촬영 기간에 헤어스타일뿐 아니라 시사회 도중 훌쩍대는 모습까지도 닮아 있었다.

영화 속에서 형 진태(장동건)와 동생 진석(원빈)은 국군으로 징병되며, 원치않게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리게 된다. 훈장을 받으면 동생을 제대시켜주겠다는 대대장의 말에 무리한 행동을 하던 형은 전쟁의 광기에 차츰 휩싸여가고 동생은 달라지는 형의 모습을 지켜보며 허무와 공포에 빠진다.

시사회가 끝난 뒤 영화관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장동건

-시사회를 마친 소감은.

=한번도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았던 한국전쟁을 다룬 영화이며, 강제규 감독이 직접 연출을 맡는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출연을 결심했다. 최선을 다해서 연기했다.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어떤 부분이 제일 힘들었나.

=어느 영화나 감정 표현은 많지만 <태극기 휘날리며>는 배경이 전쟁터이니 폭탄과 총알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감정을 놓지 않고 연기해야 했다.

-오랜 기간 호흡을 맞췄으니 원빈과 사이도 각별해졌겠다.

=이젠 말하지 않아도 서로 통하는 사이가 됐다. 내가 그 나이때 했던 것을 빈이는 벌써 다 발휘한 것 같다. 현재도 충분히 훌륭한 배우이며 앞으로도 보여줄 것이 많은 연기자라고 생각한다.

원빈

-시사회 도중 눈물을 훔치던데.

=촬영 당시의 상황을 알고 있어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일찍 감동이 밀려왔던 것 같다. 고생했던 것들이 많이 보여져 기분이 좋았다.

-장동건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오랫동안 같이 작업하면서 알지 못했던 새로운 느낌을 많이 받았다. 관록에서 오는 중후함이 부럽고 현장에서 후배들을 지도해주며 잘 따르게 하는 장점이 있다.

-최근의 작품 '킬러들의 수다'와 어떤 부분에서 달라진 것 같나.

=사실 어떤 작품에서의 연기가 더 낫다 혹은 못하다라고 말할 수 없다. 그때그때 캐릭터에 맞게 연기를 할 뿐이다.

강제규

"400만명이 처참히 죽은 전쟁입니다. 바로 전쟁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죠. 일상과 평화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관객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한국전쟁이라는 소재는 최근 십수년간은 좀처럼 한국영화에 등장하지 않던 소재이지만 전쟁 자체는 할리우드 영화로 꾸준히 제작되며 한국 관객들을 만나왔다. 그는 다른 전쟁영화에 대한 <태극기 휘날리며>의 차별점을 `질곡의 감정'에서 찾았다.

"한국전쟁에 대해 취재도 하고 인터뷰도 하는 과정에서 울컥하는 감정이 자꾸 생기더군요. 자료를 보다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요. 복잡하게 얽혀있는 질곡의 감정과 가족과 형제간의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태극기 휘날리며>는 임무를 완수하는 영웅담이 아니라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극한의 상황을 다룬 영화입니다."

영화는 역사적 사실과 극적인 긴장감 사이의 균형을 잡고 있지만 이 중 두 형제 사이의 극적인 갈등이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주된 재미다. 강 감독은 "'입체적이고 다큐멘터리적인 생활상과 전장 속 두 형제의 이야기를 어느 정도 비중으로 위치시킬 것인가'에 판단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러닝타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일이거든요. 피난온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담는 장면도 많이 촬영을 했지만 편집중에 삭제하고 메인 드라마 중심으로 갔습니다. 이 부분은 나중에 DVD에서 디렉터스 컷으로 살려볼 생각입니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최근 최다관객 동원 신기록을 연일 경신해가고 있는 '실미도'와 여러 면에서 비교되고 있다. 두 '대박' 감독들이 만든 '대작'이라는 점과 남성적인 스타일, 그리고 군인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실미도'의 흥행 성공에 대해 부담이 없느냐는 질문에 강 감독은 "'실미도'가 잘 되니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기쁘다"고 말하면서도 "두 영화가 각각 다른 장점을 갖고 있겠지만 <태극기 휘날리며>가 '실미도'와 달리 전쟁영화인 것은 확실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해외 배급 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이달 중 UIP JAPAN의 배급으로 그동안 일본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로 배급될 것이며 이후 유럽, 미국 등에서 상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한국의 배우와 스태프들이 만든 순도 100%의 '메이드인 코리아'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통해 아시아와 유럽, 미국에서 우리 영화의 존재를 새롭게 보여주고 싶습니다."(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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