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픽사와 디즈니, 왜 헤어졌을까
2004-02-09
글 : 김혜리
<토이 스토리> 3편 공동 제작 계약 결렬 등이 원인으로 추측돼

지난 1월29일 공표된 픽사와 디즈니의 재계약 결렬 배경에 관한 추측이 무성하다. 우선 월트 디즈니 사 고위층과 다수의 애널리스트들은 픽사의 무리한 요구가 결별의 큰 원인일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니모를 찾아서>로 전년 대비 30% 수익 증가를 이뤄 입김이 강해진 픽사가 기존 계약 아래서 만들어진 <토이 스토리> 시리즈와 <몬스터 주식회사>의 완전한 소유권까지 고집한 것이 파탄을 불렀다는 짐작. 그러나 디즈니의 수장 마이클 아이즈너와 픽사의 스티브 잡스 회장을 익히 아는 인사들은 이번 결정이 고집 세고 추진력 강하기로 소문난 두 대표가 오랜 시간 쌓아온 감정의 앙금에서 비롯됐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LA타임스>가 2월2일치에 게재한 기사에 따르면 관찰자들이 말하는 불화의 근원은, 픽사를 완전히 동등한 파트너로 대접하지 않는 아이즈너에 대한 잡스의 불만. 1991년 당시 힘없는 애니메이션 회사였던 픽사와 투자, 배급 계약을 맺은 디즈니는 이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픽사를 거물 창작집단이라기보다 디즈니의 동생뻘 회사처럼 대했다는 평판이다. <니모를 찾아서>의 초기 버전에 회의를 표했던 아이즈너의 감식안도 감점요인으로 보인다.

<LA타임스>는 그러나 실제로 협상 테이블의 현안은 <토이 스토리> 3편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당초 비디오영화로 구상했던 <토이 스토리2>를 극장용 대박영화로 만들고도 공동 제작 계약 편수에 넣지 않기로 양보했던 잡스가, 이번에도 <토이 스토리3>를 셈하지 않겠다는 아이즈너의 원칙주의 노선에 파트너십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픽사라는 오른팔을 떼고 애니메이션 왕국의 전통을 지키는 난제를 떠안은 디즈니는 비장한 국면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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