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새영화] <베로니카 게린>
2004-02-24
글 : 임범 (대중문화평론가)

1990년대의 아일랜드 더블린. 민완 여기자 베로니카 게린(케이트 블란쳇)이 마약 문제를 취재하기 시작한다. 베로니카의 관심은 당시 심각했던 마약 복용 실태, 피해 현황 등에 대한 르포 기사의 수준을 넘어 마약 밀매를 주도하는 게 누구이냐는, 범인 추적의 차원으로 올라선다. 기사 안에 용의자들을 지목하기 시작한다. 그러자 베로니카의 집에 총알이 날아오고, 마침내 복면한 괴한이 침입해 베로니카의 허벅지에 총을 쏘고 달아난다. 베로니카는 이에 굴하지 않고 취재를 계속한다.

〈베로니카 게린〉은 마약 밀매 조직을 취재하다가 96년 조직원들에게 총맞아 숨진 아일랜드 여기자 베로니카 게린의 이야기, 그러니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흔히 ‘펜은 칼보다 강하다’고 할 때, 그 칼은 권력이다.

공격대상이 권력일 땐, 그쪽의 반격이 예측 가능하다. 그래서 게임이 성립할 수 있다. 영화에서 베로니카의 공격 대상인 길리건이라는 인물은 완전히 ‘또라이’다. 자신의 집으로 취재온 베로니카를, 쌍욕을 퍼부으며 개 패듯 패버린다. 이런 인물과는 게임이 불가능하다. 비논리적이고 몰상식하고 예측불가능한 폭력 앞에 베로니카를 노출시켜 놓은 뒤에, 영화는 뭘 말할 수 있고 관객은 뭘 봐야 할까.

조엘 슈마허 감독이 폭력을 다루는 방식은 전작 〈폴링 다운〉〈폰 부스〉에서처럼 직설적이고 1차원적이다. 정말 폭력일 뿐, 다른 어떤 소통의 기능이나 함의가 없다. 그게 앞의 두 영화처럼 현대인의 광기나 무력함을 말할 때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이 영화같이 희생당한 이의 실화라면 갑갑해질 수밖에 없다. 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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