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국제영화제에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뒷날 역사책에 2004년 베를린영화제(2월5∼15일)가 그 전환점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배짱 두둑하고 독립심 강한 미국 여배우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이끄는 공식부문 심사위원단은 확연하게 활동연한이나 예술을 위한 예술보다는 젊음이나 혁신성에 표를 던졌다. 정평이 난 노장들 가운데 자동으로 수상의 영예를 얻은 이는 없었다. <친근한 이방인들>을 통해 자신이 가장 세련된 프랑스 감독 중 하나로 건재하다는 것을 보인 파트리스 르콩트조차도 못 받았다. 사실 56살의 르콩트는 상복이 없던 노장감독들 가운데 가장 젊은 사람이었다. 영국의 존 부어맨(71), 켄 로치(67), 그리스의 테오 앙겔로풀로스(68), 프랑스의 에릭 로메르(83) 등 공인된 ‘대가’들은 다 빈손으로 돌아갔다. 수년간 이들은 영화제에 나타나기만 하면 상을 보장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앙겔로풀로스는 한번은 칸 관객에게 자신이 실제로 받았던 작은 상보다는 최우수상인 황금종려상을 기대했었노라고 퉁명스럽게 얘기한 적 있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베를린 심사위원단은 30살 아르헨티나 감독 다니엘 부르만의 젊은이 중심 드라마인 <잊혀진 포옹>에 일찍이 주목해 우수작품상인 심사위원단 은곰상(Jury Grand Prix)과 최우수 남자배우상을 수여했다. 다른 상들에 대해서는 10시간 동안이나 옥신각신했다. 결국 최종 수상자 가운데 40대 초반을 넘는 사람은 없었다.
동양감독이 귀했던 경쟁부문에서는 김기덕 감독이 득을 보아 최우수 감독상을 받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제외한 그의 모든 영화에 대해서 그러했듯이 그의 영화에 대한 평가는 갈렸지만 그를 비판하는 이들조차도 이 작품의 예술성과 독특한 음색에 흠을 잡을 수 없었다(보도에 의하면 심사위원인 이란의 젊은 감독 사미라 마흐말바프는 영화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영화제 심사위원단의 결정은 터무니없는 경우가 많고 해롭기까지 한 경우도 많아- 로카르노가 지난해 8월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을 의도적으로 퇴짜놓았던 것에서 보듯- 베를린 심사위원단 결정에 중요성을 갖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1)베를린의 경쟁부문이 최근 몇년 만에 가장 치열했다는 것 (2)모든 상은 다 받을 만한 이들에게 돌아갔다는 것 (3) 올해의 ‘칸 요인’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2003년에 대대적인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른 뒤로, 칸 경쟁부문은 이미 정평이 난 ‘대가’들의 이름을 드높이는 쇼케이스에 불과하다는 이미지를 쇄신해야만 하는 처지였다. 40대밖에 안 된 칸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레모는 최근 권한이 강해졌고, 앞으로 선정작은 나이와 명성이 아닌 재능과 혁신성에 따를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칸을 눈여겨보고 있는 한국 감독이 최소한 세명이- (칸 ‘단골’인) 홍상수 감독과 임권택 감독에 더해 박찬욱 감독- 있는 지금, 서울에서 이루어지는 통상적인 구상들은 모두 백지화될 수도 있는 것이다. 칸 심사위원장으로 쿠엔틴 타란티노가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45살 이상의 감독들은 기대에 맞는 물건을 내놓아야만 할 것이다.
A new age is dawning among the world's major film festivals; and when the history books are written, the 2004 Berlin Intl. Film Festival (5-15 Feb.) may be seen as the turning point.
The vote by the main jury, led by feisty, independently-minded American actress Frances McDormand, was conspicuously for youth or innovation over seniority or art for art's sake. None of the established veterans were automatically honoured - even Patrice Leconte who, with his wry, beautifully played conversation-piece, "Intimate Strangers," proved he was still among France's classiest directors. Leconte, 56, was actually the youngest of the prize-less veterans. Acknowledged "masters" like Britain's John Boorman, 71, and Ken Loach, 67, Greece's Theo Angelopoulos, 68, and France's Eric Rohmer, 83, all went home empty-handed. For years, these directors have only had to show up with a film at a festival to be virtually guaranteed an award. (Angelopoulos once grumpily told a Cannes audience that he had expected the top Palme d'Or rather than the lesser award he was actually being given.)
It wasn't an easy decision. Berlin's jury quickly decided that the youth-centred drama "Lost Embrace," by 30-year-old Argentinian Daniel Burman, was a favorite, giving it both the Jury Grand Prix (the second most important award) and Best Actor Award. Over the other prizes, the jury haggled for 10 hours. None of the final prize-winners was older than their early 40s.
In a competition that was sparse with oriental filmmakers, Kim Ki-duk benefited, winning Best Director. The film split critics - as have all of Kim's movies, except "Spring, Summer, Fall, Winter...and Spring," – but even its detractors couldn't fault its craft and unique voice. (One of the jurors, young Iranian director Samira Makhmalbaf, was reportedly shocked at the movie.)
Decisions by festival juries are often ridiculous and frequently harmful - such as Locarno's deliberate snub to Kim's "Spring" last August - so it's tempting not to ascribe too much importance to Berlin's. Except that (a) Berlin's competition was its strongest in years; (b) all the prizes were well-deserved; and (c) don't forget this year's "Cannes factor." After major criticism in 2003, Cannes' competition is under pressure to revamp its image as a glorified showcase for established "masters." Artistic Director Thierry Fremaux, who's only in his 40s, recently had his powers strengthened and made clear that talent and innovation, not just age and reputation, will guide his selection in future.
With at least three South Korean directors eyeing Cannes this year – Hong Sang-soo and Im Kwon-taek (both Cannes "regulars"), plus Park Chan-wook - all the usual bets in Seoul could be off. And with Quentin Tarantino as president of Cannes' jury, any directors over 45 had better come up the goods - or else.
-Based in London, Derek Elley is Senior International Film Critic of <Variety>, the Hollywood-based showbiz paper. He writes here in a personal capac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