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런던] 영국 아카데미는 할리우드를 좋아해?
2004-03-02
글 : 이지연 (런던 통신원)
할리우드영화 강세 속에 작품상은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지난 2월15일 열린 브리티시 아카데미필름 앤 텔레비전 아트(BAFTA)는 예년과 다름없이(!) 할리우드영화들이 강세를 보인 행사였다. 이미 노미네이션에서 예상됐듯이, 각 분야의 후보에 오른 대부분의 영화들이 할리우드영화였던 점을 고려하면 그 수상 결과가 놀라울 이유는 전혀 없는 것 같다. 단지 예외라면 예외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최고 작품상을 수상한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의 피터 잭슨 감독이 최고 감독상을 놓치고, 최고 각색시나리오상을 수상했다는 것 정도. 최고 감독상은 역시 영국산 소설을 바탕으로 한 해양모험영화를 선보인 호주 출신 감독 피터 위어에게 돌아갔다.

한편, 소피아 코폴라의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주연을 맡았던 빌 머레이와 스칼렛 요한슨이 각각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특히 <진주 귀고리 소녀>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동시에 두번 오른 스칼렛 요한슨은 영국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여우조연상은 <콜드 마운틴>의 르네 젤위거가, 남우조연상은 <러브 액츄얼리>에서 나이들어서도 여전히 짓궂은 록스타 역할을 연기한 빌 나이히가 수상, 유일하게 영국영화의 자존심을 세웠다.

이외에 영국영화로는 산악다큐멘터리영화 <터칭 더 보이드>가 알렉산더 코더 특별 영국 영화상을 수상했고, 에밀리 영이 <키스 오브 라이프>로 영국 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에게 주는 특별상을 수상했다. BAFTA 안에서도 영국영화가 발붙일 자리는 영국영화에만 한정해서 주는 상들에만 국한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이로니컬하게도, 등의 영화로 유명한 영국 감독 마이클 윈터보텀은, 정작, 아프가니스탄 난민 소년의 여정을 다룬 영화 <인 디스 월드>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이런 정황들 때문에, BAFTA는 영국영화에 대한 시상식이라기보다는, 영어권 영화들을 대상으로 상을 주는, 미국 아카데미처럼 되고 싶어하면서도 실제로는 그 수준을 따라갈 수 없는, 미국 아카데미의 덜 글래머러스한 사촌 정도라는 자조적인 시선이 지배적이다. 런던=이지연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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