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새영화] <아웃 오브 타임>
2004-03-09
글 : 임범 (대중문화평론가)

플로리다 작은 마을의 보안관 매트(덴젤 워싱턴)는 부인과 이혼하기로 한 사이다. 또 그에겐 연애중인 다른 유부녀 앤(산나 라단)이 있다. 부인과 이혼하기로 하기 전부터 만났는지, 그 뒤에 만났는지 명확하지 않지만 여하튼 매트와 앤의 사이는 진실한 것처럼 보인다. 그 앤이 불치병에 걸려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앤과 매트의 관계는 더 애틋해진다. 앤은 전에 들어놓은 생명보험의 수혜자를 매트로 바꿔놓고, 매트는 앤이 외국에서 비싼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경찰서에 보관중인 마약거래 범죄자금을 불법으로 들고 나온다.

반전의 묘미를 중시하는 영화여서 자세히 말하긴 뭣하지만, <아웃 오브 타임>이 ‘팜 파탈(요부)’을 내세운다는 것만으로도 큰 힌트가 된다. 매트가 불법을 저지른 뒤 앤의 집을 찾아갔을 때, 앤의 집에 화제가 나고 두 남녀의 시체가 발견된다. 마침 매트는 앤의 집 앞에서 이웃집 사람에게 목격되기까지 하면서 피하기 힘든 곤궁에 빠진다. 이 즈음의 반전과, 매트가 위기에 몰릴수록 음모의 정체를 알게 되는 극의 전개가 깔끔한 편이다. 팜 파탈 영화의 양식미를 얼마만큼 살리지만 그렇다고 누아르로까진 가지 못한다. 무엇보다 매트와 주변 세계 사이에 단절이 없다. 그는 이 위기에서만 빠져나오면 얼마든지 이전의 세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

<아웃 오브 타임>은 TV용 영화같은 소품이다. 부인이 구원자가 되는 엔딩은 썰렁하지만, 이 영화의 이야기 규모에선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블루 데블> <하이 크라임>의 칼 프랭클린 감독. 12일 개봉.

관련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