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블랙 주연의 <스쿨 오브 락>은 로큰롤의 의미에 관한 유쾌한 보고서이다. 로큰롤은 한마디로 ‘바깥의 아이들이 자기를 표현하는 방식’이라는 정의가 이 영화를 통해 흥미롭게 제시된다. 학교에는, 아무리 미국이라도, 여전히 진짜 로큰롤은 없다. 주류사회는 그런 것들을 학교 바깥의 것으로 간주한다. 진짜 로큰롤은 교과서의 내용에서 아무런 감흥을 못 느끼는, 잘난 ‘주류’애들한테 주눅이 들어 있는 바깥의 아이들의 입이 되고 힘이 된다.
잭 블랙의 영화 속 스타일은 누가 봐도 호주 출신의 헤비메탈 밴드 ‘AC/DC’의 기타리스트 앵거스 영을 모방하고 있다. 영화의 주제가라 할 수 있는 <스쿨 오브 락>의 인트로 리프도 AC/DC의 헤비메탈 고전 〈For Those About to Rock〉의 메인 리프를 일부러 본떠서 쓰고 있다. 앵거스 영은 문자 그대로 80년대 최고의 악동 이미지로, 강력하고 인상적인 기타 리프로 팬들의 눈과 귀에 아주 강하게 남아 있는 로커. 그 역시 잭 블랙처럼 짧은 ‘교복 바지’에 위에는 정장차림을 하고 하이 볼티지의 디스토션 사운드에 안성맞춤인 깁슨 ‘SG 스탠더드’를 들었었다. 앵거스 영은 게다가 공연 중에 ‘엉덩이를 까는’ 해프닝을 자주 하기로 악명 높았는데, 그 역시 잭 블랙이 보여주고 있는 ‘악동 가짜 선생님’의 이미지와 통한다.
악동 선생님이 로큰롤을 가지고 아이들을 ‘거꾸로’ 교화시킨다는 내용의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그리 독창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여러 재미가 있다. 아이들의 ‘록음악 교육’을 실제 담당한 사람이 바로 뉴욕 언더그라운드 록의 거물이며 현재는 소닉 유스의 멤버이기도 한 짐 오르크라는 점도 흥미롭다. 그래서 영화에는 뉴욕 언더그라운드의 거친 인디 록들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주옥같은 로큰롤 고전을 섭렵하고 있는 O.S.T를 듣는 재미가 제일이다. 더 후의 고전인 〈Substitute〉, 크림의 〈Sunshine of Your Love〉 등을 다시 들을 수 있고 레드 제플린, 도어즈, 스티비 닉스, 티 렉스뿐 아니라 70년대 프로토 펑크의 대가 레이먼즈의 음악 등을 다시 듣는 재미도 쏠쏠. 옛날 노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요즘 밴드들의 음악도 들어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블랙 키즈’의 〈Set You Free〉. 이 노래는 최근의 ‘개러지 리바이벌’이라는 흐름을 잘 보여준다. 화이트 스트라이프로 대표되는 개러지 리바이벌은 다시 언더그라운드 로큰롤의 정신을 부각시키고 있는 중인데, 옛날 MC5나 블루 치어스를 연상시키는 복고풍 개러지 사운드가 영화 속에서 날것 그대로의 로큰롤이 무엇인지를 가르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