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LA] 종교영화의 바람이 분다
2004-03-15
글 : 옥혜령 (LA 통신원)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로 종교영화에 대한 관심 높아져, TV용 영화 <유다> 전국 방영

첨예한 종교 논쟁을 등에 업고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멜 깁슨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사진)가 잇단 ‘종교영화’ 붐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그 첫 번째 주자로 <ABC>는 지난 3월8, 9일 TV용 영화, <유다>를 미주 전역에 전격적으로 방영했다. 2001년에 제작된 <유다>는 적절한 방영 시기를 찾지 못해 사장될 뻔했으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이후 높아진 종교영화에 대한 관심에 힘입어 선을 보게 된 것.

원제가 <유다와 예수>인 이 작품은 가톨릭 사제가 대표인 폴리스트 프로덕션이 제작하고,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팔즈 로버트 카너가 감독했다. 예수의 수난이라는 사건보다는 유다와 예수의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와 차별성이 있다.

하지만 반유대적인 묘사와 수위 높은 폭력성으로 논란이 되었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와 비교할 때, 대체로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무난하다는 평이다. 당시 집권세력이던 로마인들과 유대인들 사이에 고조된 갈등에서 예수의 수난에 이르기까지의 전후 상황이 비교적 충실히 묘사되었는가 하면, 예수의 처형을 결정하는 데 로마 집정관 빌라도의 책임이 강조된 점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성서에도 자세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유다의 개인 역정이 당시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상상으로 재구성되었다는 점이다. 시나리오를 맡은 톰 폰타나의 이력에서 엿볼 수 있듯(<오즈> <호미사이드>), 예수에게서 반로마 혁명의 가능성을 찾는 유다의 반골 기질이 로마인에게 핍박당한 불우한 성장 과정에서 기인했다는 설정 등은 상당히 ‘드라마적’이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소프 오페라판 체 게바라”형 유다라는데 <유다>는 모든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TV영화답게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와는 달리 일견 전형적이지만, 감독이 한 인터뷰에서 희망했듯 종교적인 주제에 대해 열린 대화를 이끄는 역할은 톡톡히 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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