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새영화] <베틀 로얄2: 레퀴엠>
2004-03-16
글 : 김은형 (한겨레 esc 팀장)
“세상 떠난 아버지 대신 찍었습니다”

“<베틀 로얄2: 레퀴엠>은 골수암 선고를 받은 아버지께서 마지막 작품으로 남기기 위해 힘겨운 투병 중에 기획된 영화입니다. 아버지는 1편이 만들어지고 난 뒤 급박하게 변한 세계 정세를 담고 싶어하셨습니다. 촬영 도중 결국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의 뜻에서 레퀴엠이라는 부제를 달게 됐습니다.”

지난 11일 일본 도쿄의 도에이 스튜디오에서 열린 <베틀 로얄2: 레퀴엠>시사회장 기자회견에서 후카사쿠 겐타(32)는 전작을 연출했던 아버지 후카사쿠 긴지(1930~2003) 감독를 추모하며 말문을 열었다. 폭력의 미학을 통해 일본사회의 폐부를 드러내온 후카사쿠 긴지가 2000년 감독한 <베틀 로얄>은 늘어나는 청소년 범죄를 막기 위해 어른들이 만든 베틀로얄 법의 시범케이스로 뽑힌 같은 반 중학생들이 한명의 생존자가 남을 때까지 잔인하게 서로를 죽인다는 내용으로 일본 개봉 당시 폭력성 논쟁에 휘말렸던 영화다.

2편은 9·11 사태를 염두에 둔 듯 대규모 테러가 어른들의 질서를 위협하는 시대에 개정된 법의 시범케이스로 뽑힌 한 반 아이들이 1편에서 살아남아 테러리스트가 된 나나하라 슈야(후지와라 타츠야) 일행과 전쟁을 벌인다는 이야기로 1편에 비해 액션씬이 대폭 커졌다.

1편과 2편의 시나리오 작업을 한 후카사쿠 겐타 감독은 2편의 첫 촬영을 마치자 마자 쓰러져 결국 일어나지 못한 아버지를 대신해 메가폰을 잡았으며 이 영화는 그의 첫 연출작이 됐다. “첫 촬영 전날 아버지와 다투는 바람에 촬영장에 나가지 않아서 당시 아버지가 어떤 생각을 하셨을지 몰랐고 촬영기간 내내 아버지라면 여기서 어떻게 찍었을까 고민을 했다”는 후카사쿠 감독은 “아버지와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스탭들과 많은 대화를 하면서 영화를 완성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참가한 1,2편의 주인공 후지와라 타츠야가 “부자 감독이 일어서서 연기를 바라보는 자세나 분위기, 생각에 빠져 있는 모습 등이 너무나 닮아 있어 두 사람간의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고 말한 것처럼 아들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 끼친 아버지의 영향를 적극적으로 인정했다. 그는 “빠른 템포를 좋아하고 스피디한 감각이 뛰어난 아버지의 영화와 비교하면 모자란 부분이 많지만 이 경험을 교훈삼아 다음 작품에서는 좀 더 성숙한 연출력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속에서 은유한 경찰국가의 위협이 현실화되는 것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개인적으로 일본이 과거의 전쟁포기에 대한 신념을 포기하고 무장화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정치적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베틀 로얄2:레퀴엠>은 다음달 2일 국내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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