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영 양이 잔소리하고 화내면 약이 올라야 하는데 웃음이 나오고 예쁘게 바라볼 수밖에 없더군요. 이렇게 편하게 연기한 적은 이번이 최초입니다."(김래원)
"처음으로 남자 배우랑 같이 연기해 걱정을 많이 했는데 너무 편안하게 대해줘서 즐거웠어요. 멋진 오빠가 생긴 것 같아 너무 좋아요."(문근영)
김래원과 문근영이 여섯 살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결혼에 골인했다. 물론, 영화에서다.
다음달 2일 개봉하는 영화 <어린 신부>(제작 컬처캡미디어)는 가장 주목받는 두 남녀배우들의 매력이 넘쳐나는 영화. 간혹 지나친 비약이나 억지 설정 등이 눈에 띄지만 김래원의 눈웃음 한번에, 문근영의 깜찍한 춤솜씨에 이런 흠들을 눈감아 주기에는 조금의 어려움도 없어보인다.
바람둥이 남자 대학생 '상민'(김래원)과 꿈많은 여고생 '보은'이 양가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 약속 때문에 강제로 결혼해 티격태격하며 사랑을 키워간다는 것이 영화의 기둥 줄거리.
23일 오후 서울 종로의 서울극장에서 열린 첫 시사회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김래원(23)은 "연기가 아쉬운 점은 항상 남지만 너무나 따뜻하고 좋았다"고 영화를 본 소감을 밝혔으며 문근영은 "부끄러웠지만 재미있게 봤다"고 수줍어했다.
영화 속에서 상민은 주변 여자들에게 음흉한 눈빛이 거둬지지 않는 대학교 4학년생. 어린 신부 보은의 잔소리를 기분좋게 웃어넘기는 넉살은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의 경민과 비슷하다.
"너무 편했어요. 그게 영화에 묻어나는 게 보기 좋았고요. 감독님이 편함이 드러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 덕분이죠. 노래방에서의 댄스 장면도 놀랐어요. 너무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았나요?"
한편, 보은은 일찍 결혼을 했을 뿐, 수다스러운데다 시험걱정에 꿈도 많은 전형적인 여고생이다. 문근영의 경우 뭔가 걱정이 있어 보이는 기존 캐릭터에서 변신을 보여준 셈.
"촬영 때는 부담이 없었는데 개봉을 기다리다보니 걱정이 되네요. 지금까지 어둡고 슬픈 역을 많이 맡았었는데 이제야 제 진짜 모습과 비슷한 역을 맡게 됐네요. 물론 제가 보은보다는 더 철이 들었겠지만요."
영화 속 결혼 장면의 촬영을 마친 후 문근영은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울음을 터뜨렸다고. "막상 진짜 결혼한다고 생각해보니 이유없이 울음이 터져나오더라"는 것이 지금에서야 털어놓는 이유다.
고등학생 신부와 대학생 신랑 사이의 결혼이 현실에서는 가능할까? 두 사람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 상황라면 절대 못하죠"라는 말은 김래원의 대답. 문근영은 "사실 영화 찍기 전이라면 덥석 하겠다고 했겠지만 영화를 찍고 나니 결혼이 힘들다는 것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한편, '유부녀' 보은이 선배 야구선수와 피우는 '바람'에 대해서는 김래원이 "보은을 이해한다"고 말하는 반면 문근영은 "바람은 절대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상민처럼 저렇게 넓은 마음을 갖지 않았다면 이런 훌륭한 연기는 절대 못합니다."(김래원)
"바람인지 모르고 피운 바람이니 영화속에서는 행복해 보일 수 있었겠죠. 하지만, 저는 결혼하면 절대 바람은 안피울 거예요."(문근영)(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