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인터뷰] <아홉살 인생> 우림역 맡은 이세영
2004-03-29
글 : 임범 (대중문화평론가)
“토라지고 앙칼지고 싸우고…우림이는 꼭 외계인 같아요”

<아홉살 인생>에는 아홉살 어린이 역을 훌륭히 연기해내는 아역 배우들이 많이 나온다. 그중에서도 서울에서 시골로 전학온 새침떼기 여자아이 장우림 역의 이세영이 눈에 띄는 건, 장우림이라는 극중 인물이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깍쟁이이고 필요 이상으로 잰 체하며 다른 아이들과 벽을 쌓는다.

남자 주인공인 같은 교실 짝 여민에게 마음을 주는 척하다가 이내 냉담하게 돌아설 때는 <봄날은 간다>의 이영애같기도 하다. 92년생, 12살의 이세영이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 듯한데 싸늘한 눈매로 적의를 보내고, 토라져서 울고, 앙칼지게 싸우는 모습을 곧잘 연기해낸다.

“(우림이가) 이해가 안 가죠. 외계인 같아요. (여민이가) 잘 해주는데 뭣 땜에 울어요” 그러면 왜 그러는지 감독한테 물어볼 법도 한데 이세영은 “그러면 혼나죠”라고 답한다. 며칠 전에 본 TV 드라마 <대장금>의 대사라며 “그런 입에 발린 소리 집어치우고 일이나 하거라, (감독이) 그러시겠죠”라고 말한다. 예상했던 대로 이세영은 말을 잘 했다. 인터뷰를 많이 한 탓에 몇몇 질문은 예상하고 있는 듯했고, “그거 쓰지 마요” “아 그말, 이렇게 고쳐 주세요”라는 주문도 서슴지 않는다.

따져보니 벌써 연기 경력이 6년이다. 6살 때 <뽀뽀뽀> 출연을 시작으로 <약속> <대장금> <선물> 등에도 출연했고, 단편 영화 한편을 거쳐 <고독이 몸부림칠 때>로 영화에도 데뷔했다. 경상도 시골 마을 노인들의 이야기인 <고독…>에서 이세영은 사투리연기도 잘했다. 노인들 이야기인데 시나리오를 다 읽어봤는지 궁금했다. “다 봤어요. (이해가 가더냐는 질문에) 예, 재밌어요.… 감독님은 대사를 천천히 하라고 하는데, 양택조 선생님은 ‘말좀 빨리 하지, 그새 펭권 열마리 지나갔겠다, 세영이 저러다 잘리겠다’ 그랬대요.”

그 긴 대사들을 어떻게 외울까. “외우고 또 내용을 아니까 조금 틀려도…, 눈이 빠져라 열심히 외워갔는데 (촬영 전에) 대사가 바뀌는 거예요. 감정을 잡았는데 외웠던 대사를 읽어버려서.” <아홉살 인생>에서 어떤 장면은 대사가 틀려서 34번까지 다시 찍었다고 했다. 그래도 자기가 외는 걸 워낙 잘 한다고 자랑하며 몇몇 TV 광고 대사들을 줄줄 늘어놓는다. 초등학교 6학년인 이세영은 이제 중학교에 가면 연기보다 공부해야 할 것같다고, 어머니도 그렇게 말한다고 했다. “(지금은) 영화 찍다가 힘들 땐 학교가고 싶고, 학교에서 어려운 문제 풀 땐 촬영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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