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베를린] 구텐 모르겐, 한국영화
2004-03-29
글 : 진화영 (베를린 통신원)
독일 유력지 <벨트>, 한국 영화산업 집중보도

독일 3대 전국지 중 하나인 <벨트>(Die Welt)가 3월 중순부터 한국영화를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3월18일 김기덕 감독 인터뷰를 시작으로, 김기덕 감독 분석기사가 이어지더니, 3월24일에는 한국 영화산업을 소개하고 그 급성장의 원인을 깊이있게 분석하는 글을 게재했다. 필자인 랄프 우마르트는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사진)가 1천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한국영화 최고흥행작 기록을 경신했음을 서두로, 10년 전만 하더라도 외국영화 상영비율이 한국영화의 5배에 달했던 열악했던 환경을 벗어나 이제는 자국영화 점유율이 50%를 넘어가는 아시아의 영화강국으로 급성장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필두로 이루어진 한국영화의 활발한 해외시장 진출, <조폭마누라> 등 12편의 리메이크 판권을 할리우드가 사들인 점 등을 한국영화의 국제화 증거로 소개하기도.

<벨트>는 한국영화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빈번한 해외영화제 수상에서 비롯되었음을 강조하며, 많은 수작들이 탄생한 배경에는 자국영화 상영일수를 연간 146일로 규정하고 있는 스크린쿼터제와 90년대 대기업들의 영화산업 진출, 영화에 대한 투자사들의 지대한 관심 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한국영화의 매력은 국제적으로 확인된 영화흥행코드들을 한국적 전통과 버무려 새롭게 변형시키는 젊은 감독들의 탁월한 재능에 있다고 호평했다. 한국사회의 급격한 변화로 사회적 관습과 가치관까지 달라지면서 과거 검열의 잣대를 피할 수 없었던 주제들까지 자유롭게 다루어지는 점도 빠트리지 않았다. 사례로 든 김인식 감독의 <로드무비>와 박진표 감독의 <죽어도 좋아> 중 박 감독의 작품은 노인들의 섹스장면이 디지털 처리로 가려진 뒤에야 상영허가를 받았음을 거론하며, 아직도 여전한 검열의 잣대를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남존여비 사상이 무너지면서 여권이 신장되고, 여성의 성관념이 자유로워진 점도 언급했다. 류승완 감독의 <피도 눈물도 없이>는 막강해진 여성상을, 임상수 감독의 <처녀들의 저녁식사>는 작금의 자유로운 연애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으로 꼽혔는데, 이런 작품들 속에서조차 이제는 사라진 보수적 전통, 엄격한 가치관에 대한 향수가 종종 묻어난다는 것이 독일 기자의 평이다. 또한 현재 폭력적인 작품들이 난무하는 현상을 상대적으로 무력해진 남성들의 자포자기한 심정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벨트>는 투자규모가 커지면서 오히려 수익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 해도 한국영화의 성장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하며, 끝으로 한국영화의 메카로 부상한 부산을 소개했다. 특히 정부지원으로 이 도시에 설립될 아시아 최대 영화스튜디오에 대해서는 부러운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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