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루벤은 삶을 위험도의 확률로 계산하며 살아가야 하는 손해보험사정사이고, 조금만 맞지 않는 음식을 먹어도 곧장 과민성 대장증세에 시달리는 민감성 인간이며, 술집에서 내주는 땅콩에서조차 세균을 걱정하는 소심한 남자이다. 결혼 실패 이후 상심에 젖어 있던 루벤은 우연히 중학교 동창 ‘폴리’를 만나게 된다. 그러나 폴리는 유년 시절의 모벙생 기질을 벗어던진 활달하고, 격정적이며, 자유분방한, 혹은 덜렁대는 그러니까 살사댄스를 즐기고, 세상 어디에도 여행을 가보지 않은 곳이 없고, 열쇠를 냉장고에 넣고 자주 잊어버리기도 하는 종잡을 수 없는 그런 여자이다. 그들 루벤과 폴리가 교제를 시작한다. 행복으로 향하던 감정은 아내 리사가 돌아오면서 다시 엉클어진다. 루벤은 누구를 선택해야 할 지 고민에 빠진다. 그러나 제목이 말해주듯 사랑은 이미 폴리에게 예약되어 있는 셈이다.
<미트 페어런츠>와 <쥬랜더>의 각본을 쓴 존 햄버그가 이 영화의 각본 및 감독을 맡았다는 점에서 영화의 장단점은 이미 결정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앞선 두편의 영화에 모두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벤 스틸러가 다시 등장하여 허약하고 실없지만, 밉지 않은 남자의 매력을 보여준다. 또한 그의 행동반경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 그리고 그를 둘러싼 인물들- 특히 친구 샌디 라일 역의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 은 그 과장됨과 상관없이 매력적이다. 그러나 <폴리와 함께>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로맨틱코미디의 서사를 뒤집지 못했으며, 무엇보다 대니 드 비토가 제작을 감행한 영화 중 가장 덜 독창적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