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바퀴벌레로 맞아보실래요? <내남자의 로맨스> 촬영현장
2004-03-31
글 : 오정연

“기자분들 들어와주세요.” 촬영장 안에 쩌렁쩌렁하게 울려퍼지는 조감독의 목소리에, 일순 취재기자들이 움찔한다. 어리버리하게 눈치를 보자니 카메라와 수첩, 마이크로 무장한 일군의 보조출연자들이 기자보다 더 기자 같은 모습으로 세트장 안으로 뛰어들어가고 있었다. 김정은, 김상경 주연의 로맨틱코미디 <내남자의 로맨스>의 3월23일 촬영분량은 톱스타 은다영(오승현)의 스캔들 보도를 위해 들이닥친 기자들에게 소훈(김상경)이 바퀴벌레가 가득 든 상자를 바닥에 던져버리겠다고 위협하는 장면이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국내에서는 구할 수도 없다는 희귀 바퀴벌레 100마리가 들어 있는 상자를 깨뜨리는 부분. 막상 날개까지 달린 바퀴벌레들이 세트장 바닥을 기어다니자, 이전 컷까지는 CG작업을 염두에 두고 바퀴벌레 없이 연기했던 보조출연자들의 표정이 전에 없이 리얼해졌다. 현장에는 실제 세스코 직원들이 비상(?)사태에 대비하여 방역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내남자의 로맨스>는 ‘<노팅힐>의 휴 그랜트와 줄리아 로버츠 사이에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르네 젤위거가 있었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7년 동안 사귄 커플인 지하철 역무원 현주(김정은)와 세스코 연구원 소훈 사이에 영화배우 은다영이 끼어들면서 시작되는, 소훈의 프로포즈를 받아내기 위한 현주의 눈물겨운 투쟁이 그 내용이다. 제작진은 완성도 있는 로맨틱코미디를 보여주겠다는 목표로 파주 스튜디오에서 맹촬영 중이었다. <단적비연수>와 <울랄라 씨스터즈>를 찍은 박제현 감독은 스피디한 작업스타일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사실은 이따가 약속이 있어서”라는 가벼운 농담으로 응수할 정도의 여유를 보였다. 스탭들의 말에 따르면, 실제로 그는 “합리적인 스타일로 작업일정을 오버한 적이 없다”고. 25% 정도의 촬영을 마친 <내남자의 로맨스>는 총 37회 촬영을 5월 중순까지 마무리하여 7월 말 개봉예정이다.

사진 정진환·글 오정연

△ 비싼 바퀴벌레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상자를 떨어뜨렸다(아까워서 밟아죽이지도 못한다). 의외로 활발하게 기어다니는 놈들 덕분에 더없이 리얼한 상황연출 성공.

△ 난장판 속에서 은다영을 번쩍 안아든 소훈. (왼쪽 사진)

△ 소훈을 발견하고 반갑게 인사하다가 하필 이 상황을 목격하는 현주. (오른쪽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