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엄마는 여자를 좋아해>는 말한다. 어느 날 당신의 엄마가 스무살 어린 체코 여자와 사랑에 빠지더라도, 직장 상사는 몇달째 저임금으로 부려먹고,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직장을 때려치우려면 구차하게 엄마에게 손을 벌려야 하는 상황이며, 오랫동안 흠모해왔던 그와의 로맨스는 당신의 자격지심 때문에 결정적 순간마다 삐걱대도, 스스로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는다면 사랑은 이루어지고, 가족은 행복해지며, 나아가 온 세계가(!) 화목해질 것이라고.
제목이 암시하듯 영화의 주인공은 엄마(로사 마리아 사르다)가 아니라 엄마의 사랑을 계기로 자신감을 찾아가는 둘째딸 엘비라(레오노르 와틀링)다.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그녀에게>에서, 영화의 대부분을 대사는커녕 미동도 없는 식물인간으로 등장했음에도 깊은 인상을 주었던 그의 솔직 발랄한 모습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어처구니없는 그의 변덕에 어리둥절해지는 것은 비단 극중인물뿐만이 아니지만, 이내 후회하고 수습하려는 그의 모습은, 무수하게 반복된 ‘미워할 수 없는 푼수녀’의 스페인식 버전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두 여성이 공동 각본과 연출을 맡은 영화 <엄마는…>의 가장 큰 미덕은 사려 깊은 여성적 낙천주의다. 따라서 여성의 독립과 자아실현, 부모와의 갈등, 동성애, 그리고 결혼 제도 등 각종 껄끄러운 문제들이 던지는 중압감으로부터, 영화는 경쾌한 화법으로 벗어난다. 물론 엘비라를 짓누르는 그 모든 문제들이 어떤 이들의 가슴에는 와닿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그것은 영화가 감당해야 할 부분은 아닐 것이다. 깜짝 결혼으로 마무리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 합법적 커플은 하나도 없지만 제도와 편견, 국경을 초월하여 어우러진 그들의 모습은 문득, 새로운 유럽에 대한 바람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