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LA] 한국영화의 LA극장 나들이
2004-05-03
글 : 옥혜령 (LA 통신원)
<실미도> <바람난 가족> <여고괴담3> 등 극장 개봉, 제한된 관객층과 홍보 미숙 아쉬워

LA에서 한국 대중문화를 접하기가 어렵지 않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주로 코리아타운 비디오 가게의 담을 넘지 못하던 한국영화가 4월 들어 극장 나들이가 잦아졌다. 4월 끝무렵, 세편의 한국산 영화 및 미국산 한국인들의 영화가 다양한 채널을 통해 LA 관객을 찾아왔다. 한국산 영화로는 <바람난 가족>(사진)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여우계단>과 <실미도>가 각각 영화제와 한정상영 방식으로 선을 보인다. 4월 초 호평 속에 개봉한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까지 포함해, 이들 네편의 영화의 경우 한국영화가 미국에 소개되는 대표적인 방식을 각각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해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봄 여름…>이 소니콜럼비아에 의해 예술영화로 배급된 반면, 미주 배급이 확정되지 않은 두 영화는 대안적인 경로를 통해 소개되고 있다. <실미도>는 4월23일, LA와 인근 한인 밀집 도시 5개 극장에서 한국 교민을 대상으로 2주간 상영에 들어갔다. 그간 미국 배급사를 통한 한국영화의 상영이 주로 예술영화전용관에서 예술 혹은 언더그라운드영화로 둔갑해 이루어지던 것에 비하면 일반 극장 상영방식을 선택한 <실미도>의 경우가 색다르기는 하다. 첫 주말 상영이 매진되는 등 교민들의 전폭적인 성원을 얻고 있지만, 영어자막이 제공되지 않아 한국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코리안 아메리칸 2세 등 관객층이 제한된다는 점, 언론 등을 통해 주류 미국 관객에게 소개될 기회가 없다는 점 등은 여전히 아쉽다.

<바람난 가족> <여고괴담3>는 올해로 20회를 맞은 ‘비주얼커뮤니케이션영화제’(VC film fest 2004)에 초청되었다. 임상수 감독이 직접 관객과의 대화 등에 참석한다. 영화제를 주관한 비주얼커뮤니케이션은 미국 내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LA의 아시안 아메리칸 미디어운동단체. 1970년에 ‘리틀 도쿄’ 지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안 아메리칸 영화인 공동체로 설립되어 현재까지 미디어를 통해 아시안 아메리칸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활동을 지원해왔다. 워크숍과 세미나 등을 통해 할리우드와 독립영화계를 망라해 LA영화계에서 일하고 있는 아시안 아메리칸 영화인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네트워크로 한몫하고 있다.

예전의 영화제에 비해 올해 20주년 기념영화제가 눈에 띄는 점은, 한국, 일본, 타이 등 아시아 각국의 영화를 대거 소개하는 것이다. 뉴욕 등 기타 지역의 유사한 아시안 아메리칸 미디어단체들이 잇따라 아시아영화 섹션을 확대해온 것처럼 각종 해외영화제에서 호평받은 영화를 초대함으로써 일반 관객의 관심을 유도하려는 기획으로 보인다. 함께 선보일 아시아영화로는 기타노 다케시의 <자토이치>, 구로사와 기요시의 <밝은 미래>를 비롯해 인도네시아의 <아리산> 등이 눈에 띈다. 미국산 한국인들의 현주소를 생생히 보여줄 <김치 만들기> 등 코리안 아메리칸 2세 신인감독들의 단편 작품들과 박혜정 감독의 다큐멘터리 <북한: DMZ를 넘어서>도 주목할 만한 부분. 하지만 영화제의 성격상 2세들의 목소리가 이민 1세대와 일반 관객에게 전달되는 것도 쉽지는 않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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