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남편과 화목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남편이 갑작스레 자살한 경우와 해변에서 선탠하다 눈떠보니 남편이 사라진 경우, 어느 쪽이 더 가슴 아플까? 프랑수아 오종의 <사랑의 추억>과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환상의 빛>이 던진 질문이다. 고레에다는 <원더풀 라이프>나 <디스턴스>와 같은 작품 속에서 끊임없이 죽은 자와의 영매를 시도하고 있기에 <환상의 빛>이 특이한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사랑의 추억>은 오종의 필모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한다. 그에게 가장의 부재란 후련함을 주는 소재였건만 <사랑의 추억>에서 사라진 남편은 엄청난 무게로 남겨진 아내의 삶을 짓누른다.
남편의 부재란 점에선 같지만 두 남성감독들의 ‘남겨진 여성들’은 전혀 다른 행동을 취한다. 고레에다의 유미코는 간간이 전남편(아사노 타다노부) 생각에 괴로워하지만 재혼하여 새 삶을 살아간다. 남편의 자살 전부터 그녀는 어릴 적 집을 떠난 할머니의 꿈을 자주 꾸었다. 그런 그녀에게 남편은 결국 할머니와 같이 ‘떠나간 자’가 되었던 것이다. 유미코에게 남편의 자살은 사랑의 부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직시하고 싶지 않은 좀더 근원적이고 오래된 인간의 부재의식을 대변한다. 반면 아내와의 삶에 지겨움을 느끼고 남편이 떠났거나 자살했을 가능성이 짙은데도 오종의 마리는 그 사실을 인정치 않는다. 사랑받았던 유미코는 도시에서 해변으로 자릴 옮겨 남편의 부재를 받아들이나 사랑받지 못한 마리는 해변에서 도시로 돌아와 남편의 환상을 본다(이후 마리 역의 샬롯 램플링은 <스위밍 풀>에서 그녀의 환상능력을 상상능력으로 발전시킨다). 처음 질문으로 되돌아가자면 가슴이 더 아픈 사람은 의외로 마리가 아니라 유미코다. 환상에 사로잡힌 마리는 진정한 아픔을 지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환상이란 진통제도 없이 해변에서 절규하던 유미코의 아픔은 평생을 가겠지만 엔딩을 통하여 그녀는 또한 봄날의 따스함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사랑의 추억>은 <프랑수아 오종 컬렉션> 박스 세트에 포함되어 국내 출시되었으며 <환상의 빛>은 일본, 미국 등지에서 발매되었는데 비아나모픽에 극악화질의 미국판보다는 괜찮은 화질에 아나모픽 대응하는 일본판이 좋다.
조성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