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흥행’분장의 비결, 알게 모르게, <아라한 장풍대작전>의 분장 김선진
2004-05-13
글 : 김수경
사진 : 오계옥

프로필 1966년생·프랑스 메이크업 포에버 수료·대표작 <첫사랑> <결혼 이야기> <투캅스1, 2> <텔미썸딩> <인터뷰>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아라한 장풍대작전>

<아라한 장풍 대작전>의 분장과 헤어를 담당한 김선진이 밝히는 작업의 핵심은 ’튀지 않는 것’이다.“관객이 영화를 보다가 분장을 의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이로니컬하게도 분장의 역할이다.” 관객이 눈치채지 못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는 느끼게 만들어야 하는 난해한 작업이 바로 영화 분장이라는 것. 이럴때 김선진은 작은 디테일로 캐릭터를 만들어내곤 한다. 주인공 상환(류승범) 처럼 평범해 보이는 젊은이의 비범함을 드러내기 위해 무술을 배우기 전에는 ’처진 스타일’로 배운 뒤에는 ’세운 스타일’로 헤어 스타일에 변화를 주고, 오래 봉인됐던 흑운(정두홍)은 봉인이 풀린 뒤 얼굴에 생기를 찾아가는 방향으로 분장을 달리 하는 식이다. "물론 그 변화는 관객이 눈치챌 정도로 뚜렷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작업 철칙이다.

“모르는 10명과 새로 맞추기보다는 아는 1명에게 잘하자는 게 내 방식”이라고 말하는 김선진의 필모는 그리 길지 않지만, 그 경력은 벌써 15년째에 이른다. 영화를 처음 접한 곳은 성균관대 영화서클 영상촌이었다. 처음 분장을 시작한 1990년 <장미여관>에서는 의상도 담당했지만, 의상을 겸한 것은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 작업 이후 확실히 할 수 있는 영역만 책임감을 갖고 집중하는 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작품을 끝으로 분장과 의상을 겸하는 것은 그만뒀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의 남편은 탤런트 조민기다. 두 사람은 영화 <첫사랑>에서 배우와 분장사의 인연으로 만났다. “남편이 배우라서 좋은 점은 배우들의 성향이나 사고방식에 비교적 익숙하다는 점이다. 단점은 남편의 일하는 시간이나 방식을 손바닥 보듯 빤히 알게 돼서 그 사람이 불편하다는 거다.” 사실 그는 영화분장보다 최진실, 심은하, 고소영의 메이크업으로 더 유명하다. “고소영이랑은 <하루> <연풍연가> <이중간첩> 세 작품을 했다. 원래 알고 지내는 사람과 작업을 할 때 생기는 장점은 명확하다. 분장에 대한 의사소통이나 배우의 감정을 잡아내는 데 큰 도움이 된다”라며 “분장은 심리상태를 잘 파악해서 접근하는 과정이 중요한 작업”이라고 덧붙였다.

김선진은 지난해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오! 브라더스>의 연속 흥행으로 ‘흥행분장’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영화 분장과 메이컵 아트 중 어느 것을 더 선호하느냐고 묻자, 김선진은 망설임 없이 “현장에 있는 게 마음이 더 편하다”고 답한다. 징검다리를 만들기 위해 돌을 놓듯이 정확하게 한발한발 걸어온 김선진의 차기작은 장윤현 감독의 <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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