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리포트]
[칸 2004] 정치, 취향은 No! 영화만이 Yes!
2004-05-18
글 : 이성욱 (<팝툰> 편집장)
글 : 김도훈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제57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 공식 기자회견

공식 기자회견에서 쏟아진 질문들의 대부분은 심사위원장인 영화감독 쿠엔틴 타란티노를 향한 것이었다. 특유의 정신없는 말투로 답변을 하는 그에게서는 가벼운 흥분이 느껴지기도 했는데, 그런 기분 탓인지 논란이 될 만한 이야기들을 거리낌없이 수다로 풀어가다가 심사위원 중 한명인 영국 배우 틸다 스윈튼과 가벼운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칸영화제는 당신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타란티노) 영화를 사랑하는 시네필들에게 칸영화제는 그야말로 천국이다. 나의 첫 번째 꿈은 데뷔작을 가지고 칸에 오는 것이었는데 결국 <저수지의 개들>로 그 꿈을 이루었다. 두 번째 꿈은 황금종려상을 받는 것이었고 결국 그 꿈도 <펄프 픽션>으로 이루었다. 그리고 세 번째 꿈은 심사위원장이 되는 것이었는데. 결국 그 꿈도 이루어버렸다!(제리 샤츠버그) 음식, 술, 그리고 여자! 영화 관계자에게 이보다 더 좋은 장소는 없다.(틸다 스윈튼) 천국? 천국보다 더 나은 장소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둘러앉아서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이런 장소는 흔치 않다. 물론 어떤 이들은 가슴에 상처를 받고 돌아가는 일도 있을 테지만.(서극) 천국이라고? 천국에 내가 있다니 참 기쁜 일이군. 사실 나는 사람들에게 지옥을 만들어 안겨주는 악마니까. (웃음)

영화의 정치성이 심사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타란티노) 우리가 특정 영화를 좋아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것이 심사의 기준이 될 뿐이다. 영화의 정치적인 성격 따위는 엿먹게 될 것이다.

타란티노 당신의 아시아영화에 대한 애정은 널리 알려져 있는데, 그런 개인적인 일종의 편견과 취향들이 심사에 영향을 끼치나.

특별한 애정을 가진 영화에 대해서 그 영화를 보기도 전에 지나친 기대감을 갖는다면, 사실 결과적으로는 실망감도 더 커지게 되는 것이 아닌가. 우리 모두 같은 심사위원들이기 때문에 서로의 취향들이 잘 융합될 것이다.

대만 영화계를 위시한 아시아영화들이 할리우드 영화시장에 잠식돼가고 있는데.

(타란티노) 한 가지 형식으로서만 영화가 존재할 수는 없다. 액션, 코미디, 드라마 모든 타입의 영화가 필요하다. 예술영화만이 홀로 존재할 수는 없다. 그것이 영화산업이다. 영화산업이 잘 굴러가고 있는 미국, 홍콩, 인도 같은 나라들을 예로 들어보자. 이 나라들의 영화산업이 굳건한 것은 그들이 스타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스타를 보기 위해 영화관에 가서 돈을 지불한다. 스타 시스템이 영화산업의 원동력이 된다. (틸다 스윈튼) 잠깐. 타란티노의 발언에 할말이 있다. 아니, 이곳의 모든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영화가 단지 할리우드 방식의 산업으로서만 존재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할리우드영화들과 멀티플렉스들은 관객과 감독들에게서 새로운 영화를 찾고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앗아가고 있다. 타란티노는 영화를 아주 현실적인 영화산업에 국한해서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사실 (타란티노를 가리키며) 당신 역시 영화가 산업으로서만 존재한다면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나.

취재지원=장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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