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가 뉴욕에서 개봉해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았으나, 흥행으로 이어지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지난 5월7일 뉴욕 상영을 시작한 <오아시스>는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상영되고 있는 맨해튼의 독립영화 상영관인 링컨 플라자 시네마와 안젤리카 시어터에서 개봉됐다.
<뉴욕타임스>의 영화평론가 스티븐 홀든은 <오아시스>를 ‘주목할 만한’(remarkable) 작품이라고 했고, 주연을 맡은 설경구와 문소리가 ‘놀랄 만한’(extraordinary) 연기를 보여줬다고 평했다. 홀든은 “<오아시스>는 일반 영화에서 장애인들을 센티멘털하거나 순하고 착하게만 다뤄왔던 관습을 벗겨버렸다”며 “도망치거나 부드럽거나 달콤하게 이야기를 바꾸는 대신, 이 작품은 고립돼 있던 주인공들이 이를 극복하게 하는 것은 물론 이와 함께 우리가 가지고 있던 편견과 좌절감도 극복하게 한다”고 평했다. 특히 그는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이 사랑에 빠진다고 해서 갑자기 본래의 캐릭터에서 크게 벗어나는 변화가 없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오아시스>는 이외에도 <빌리지 보이스> <뉴스데이> <뉴욕포스트> <스타레저> 등에서 호평을 받았다. <빌리지 보이스>의 마이클 앳킨슨은 “대부분 외부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사랑하는 연인들만의 비밀스러운 언어를 <오아시스>처럼 확실하고 명확하게 전달한 작품은 근래 영화에서 찾아볼 수 없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이같은 평론가들의 호평은 박스오피스로까지는 연결되지 못했다. <오아시스>는 뉴욕 개봉 2주 만인 5월13일에 맨해튼 상영을 마쳤다. 개봉 주말의 흥행수입은 총 6485달러로, 그다지 나쁜 결과는 아니지만 연장 상영을 할 만큼 좋은 결과도 아니기 때문에 아쉽게도 맨해튼 상영을 마쳐야 했던 것. 뉴욕시 상영을 끝낸 뒤 뉴욕주 헌팅턴과 버팔로를 비롯해 LA와 시카고(6/18), 샌프란시스코와 휴스턴(6/25), 인디애나폴리스(7/2), 호놀룰루(7/9), 라스베이거스와 댈러스(7/16), 보스턴(8/6), 애틀랜타(8/20) 등지에서 릴레이 개봉될 예정이다. 이번 <오아시스>의 배급을 맡은 라이프사이즈 엔터테인먼트는 5년 전 창립한 소규모 배급회사. 주로 다큐멘터리를 배급해왔으나 최근부터 장편 외국영화를 배급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아카데미 외국어상 후보에 올랐던 <주스 앤드 조>를 소개했던 이 회사는 <오아시스> 외에도 김기덕 감독의 <나쁜 남자>도 올 가을쯤 미국에서 배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