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하류인생> 의상팀장 이한욱
2004-06-03
글 : 박혜명
사진 : 이혜정
영화 작업의 희열, 캐릭터와 옷의 완벽한 매치

프로필 | 1976년생 ’ysb’ 디자인실, ’박윤수 옷스타일’ 디자인실, 영화 <하류인생> 의상팀장 / 현재: <더 스타일> 스타일리스트, 조승우 및 김민선 개인스타일리스트

이한욱(28)을 소개할 수 있는 말은 많다. 패션잡지 스타일리스트, 배우의 개인 스타일리스트 그리고 영화 <하류인생>의 의상팀장. 대학 졸업한 지 2년. 경력도 2년이다. “다른 친구들에 비해 훨씬 빨리 치고 올라온 셈”이라는 본인의 말처럼, 이한욱은 짧은 기간 동안 다양한 커리어를 쌓아왔다. 그는 지금도 일하고 있는 패션지의 스타일리스트에서 조승우와 인연을 맺었고, 이를 계기로 영화 <하류인생>의 의상팀장을 맡게 됐다. 메인 스타일리스트로서 일의 재미를 충분히 느끼고 있었고 영화 일은 생각해본 적 없었지만 그는 받아들였다. 유명한 감독의 영화라는 사실, 팀원들과 작업하기 때문에 덜 외롭겠다는 예상, 일반 사람들에게 옷을 입혀봄으로써 자연스러움에 대한 감각을 접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뒤섞여 있었다.

현장 스탭으로 일한다는 건, 옷을 다룬다는 점만 같을 뿐 그의 예상과 많이 달랐다. 의상 전공자의 본능으로, 시대를 고증하기 위해 “어깨 좁고 바지통 좁은” 60년대 실루엣의 옷을 가져가면 감독님은 “깡패 어깨에 힘이 없다!”며 되레 화를 내신다. “떼신이 많은” 영화를 위해 밤새 동대문을 뒤져 100벌이 넘는 옷을 싸들고 가도 절대로 다 “셀렉”되지 않는다. “사람의 몸이 360도 회전하면서 움직이기” 때문에 살짝 핀을 꽂아 옷을 몸에 맞추는 눈속임도 어림없다. 그 많은 사람의 치수를 일일이 잰 뒤 옷을 꿰맨다. 조승우가 김민선의 카디건을 잡아 뜯어 단추가 ‘두두두둑’ 떨어지는 장면을 찍을 때는 세벌의 카디건으로 스무번 넘게 리허설을 했는데, 한쪽에서 단추를 잡아 뜯는 동안 다른 한쪽에서 그와 그의 팀원 한명은 바닥에 흩어진 단추들을 주워모아 열심히 꿰매기도 했다. 그리고 숙소에 돌아오면 양말과 속옷을 빨고 구두를 닦는다. 꼭 빨래방같이 돼버린 숙소 안에 팀원들과 모여 앉아 다음날 사람들에게 입힐 옷들을 다리면서 “여기 와서 옷으로 관련된 일은 다 해보는 것 같다”는 농담을 나눴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옷을 입히고 그 옷이 인물의 캐릭터와 맞아떨어질 때 가장 좋았다”고 영화현장을 추억하면서도 그는 “또 해보고는 싶지만 당장은 좀 그렇고, 하게 된다면 사극보다는 현대물이 좋다”고 말한다. 그는 이번 영화를 계기로 김민선의 개인 스타일리스트 일도 겸하게 됐는데, 고민하고 고생해서 배우에게 옷을 입혀놓으면 막상 찍히는 건 옷이 아니라 얼굴이라는 게 배우의 스타일리스트로서 가장 속상할 때라고. 배우에게 목걸이를 걸어주는 것이 지금도 가장 떨리고, <하류인생> 현장에 있으면서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지 못할까봐 내내 불안해했다는 소심한 성격이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이력이 앞으로 또 어떻게 변해갈지 잘 모르겠다는 자신감 섞인 기대를 그는 숨기지 않는다. 정보처리학과로 대학에 입학했다가 군제대 뒤 전문대 의상학과로 옮겨 1등으로 졸업하고 다시 세명대 의상학과로 편입, 졸업해서 여기까지 온 열정. 그가 지금도 믿고 있는 것은 이것 딱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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