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공포영화 사상 가장 거대한 스펙터클, <데스티네이션2>
2004-06-08
글 : 김혜영 (영화평론가)
불길한 징조 : 잔혹한 죽음 = 데스티네이션 : 데스티네이션2

일찍이 <스크림2>에서 공포영화 전문가 랜디는 다음과 같이 ‘속편의 법칙’을 정리한 바 있다 “오리지널보다 시체가 더 많아지고, 더 잔인해지고, 더 피가 튀기고, 플롯은 더 꼬인다.” 이에 충실한 모습으로 돌아온 <데스티네이션2>는 반문한다. “그런데?” 영화는 법칙 따위 개의치 않는다. 전략적으로 ‘공포영화 사상 가장 거대한 스펙터클’을 전면에 내세웠다. 초반 10분의 대형 자동차 충돌신은 시작일 뿐이다. 사람들은 “해괴한 사건”에 의해 더 화려하게 죽어간다.

친구들과 여행을 가던 킴벌리(A. J. 쿡)는 고속도로에서 자신을 비롯한 사람들이 끔찍하게 죽는 환상을 본다. 그리고 환상의 징조들이 현실에 출현하자 그녀는 국도 진입로를 가로막는다. 그런데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 사람들의 곁에서 곧 대형사고가 발생하고 사람들은 경악한다. 한편, 킴벌리는 1년 전 180기 폭발사고의 생존자들이 겪은 죽음과 연관되어 있음을 감지하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클레어(알리 라터)에게 도움을 청한다. 생존자들은 예정된 죽음을 피하기 위해 계획의 허점 찾기에 몰두하지만, 이미 죽음은 예상과 법칙 바깥에 있다.

<스크림>이 공포영화의 법칙을 낱낱이 해부해버린 이후, 더이상 법칙은 무의미하다. 그렇기 때문에 <데스티네이션2>는 ‘법칙이 무너진 공포영화의 세계에서 보는 자만이 죽음을 지연시킬 수 있다’라고 천명하며, 전편처럼 죽음의 ‘힌트’- 불길한 징조 만들기에 주력한다. 전조라고 예상되는 것을 카메라가 비추는 순간, 죽음과의 게임은 더 흥미롭다. 계획의 허점을 찾기 위해 시신경은 부단히 긴장한다. 게다가 볼 수 있는 자의 자격은 환영을 보는 킴벌리에 국한되지 않는다. 누구나 볼 수 있고, 무관심했던 주변의 사물들이 미래를 예견하는 점술도구, 아니 흉기처럼 보일 때, 조바심은 증폭된다. 동시에 구체적인 실체인 살인마, 괴물처럼 ‘죽음’이 끊임없이 가시화되면서 불안감은 누그러진다. 그런데 여기서 ‘죽음’이 모습을 드러내는 또 다른 방식은 희생자들이다. 사고장면은 TV에서 강박적으로 반복되며, 사람들의 죽음은 징조의 실현으로 처참하게 전시된다. 이때, “아직 내 차례가 아니야”라는 안도감은 가학적 쾌감과 맞닿아 있다. 영화의 오프닝, 180기 사고에 관한 TV프로그램에서 한 신비주의자는 “보이는 세계의 이면을 봐야 살 수 있다”고 설파하지만, 결국 보는 것이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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