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전도연, <인어공주> 1인 2역 연기 “이보다 더 뿌듯할 수 없다”
2004-06-28

뿌듯한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30일 개봉하는 영화 <인어공주>의 주인공 전도연(31)의 얼굴엔 스스로 자랑스럽다는 대견함이 묻어나왔다. 이 영화에서 그는 1인2역을 했다. 20대의 딸 김나영과 스무살 즈음의 엄마 조연순. 나영은 제주도 우도의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촬영된 '하리'라는 곳에서 엄마의 스무살과 만나는 판타지를 경험한다. 하리는 보증 잘못서 딸 대학 등록금조차 날려버린 착하기만 한 아빠와 그런 아빠를 매일 닥달하고 손님과 머리채 잡고 싸우는 극성스러운 '때밀이' 엄마가 만나 사랑을 키운 곳이다.

이미 영화를 본 전문가나 일반 관객 모두 이구동성으로 감탄한다. "전도연 참 연기 잘한다"는 것. 주근깨 투성이 새까만 얼굴에 촌스런 '몸빼' 바지와 꽃무늬가 그려진 빨간 블라우스를 입고 가슴을 콩닥거리게 만드는 우편배달부 김진국(박해일 분)을 만나 수줍음을 감추고 냅다 달리는 연순을 31살의 배우가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에 감격스럽기 까지 하다.

"지금까지 8편의 영화를 찍었네요. 모든 영화 한편 한편이 소중하지만 <인어공주>가 전도연의 대표작이 되었음 해요." <인어공주>는 고두심과 박해일이 한 손씩을 잡아줬을 뿐 올곧이 전도연의 영화다. 영화 데뷔작인 <접속>은 한석규, <약속>은 박신양,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설경구, <해피엔드>는 최민식, <내 마음의 풍금>은 이병헌, <스캔들>은 배용준 등 쟁쟁한 파트너와 함께 였다. 연기파 남자배우들과 공연해도 절대 빛이 바래지 않는 그는 90년대 중반 이후 대한민국 영화계를 지켜온 '연기파 여배우'임에 틀림없다. 이런 그의 진가가 단독 주연작이라 할 수 있는 <인어공주>에서 더욱 빛을 발한 것.

이 영화를 찍은 후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 '엄마와 잘 지내느냐'는 것이었단다. "동네분들이 효녀라고 불러줘요"라며 호탕하게 웃는 그는 "영화 촬영 외에는 하는 일이 없어 집에 있는 편이예요. 그러다 보니 자주 아버지랑 산에도 가고, 어머니랑 시장도 가고. 이를 본 동네 어른들이 효녀라고 해주죠"라면서 쑥스러워한다.

"딸들이 엄마 손 잡고 극장에 많이 오면 좋겠어요. 나이가 조금씩 드니 엄마도 사랑에 설레었던 젊은 시절이 있던 여자라는 걸 느껴요. 또 첫사랑, 짝사랑의 느낌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 분들도, 사랑을 키워가고 있는 연인들도 와서 보면 '참 따뜻한 이야기구나'라고 느끼실거예요."

재미있는 뒷이야기 하나. 연순으로 등장할 때 그의 얼굴은 주근깨 투성이다. 나영으로 등장할 때는 뽀얀 피부가 그의 귀여운 얼굴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실제 그의 피부는 잡티 하나 없는 피부 미인. "사람들이 '전도연 화장 안 하니 주근깨 투성이네' 그러더라구요. 아이펜슬로 그 숱한 주근깨를 점점이 찍느라 볼이 아플 지경이었는데요."

출연했던 영화 마다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배역 마다 캐릭터가 전혀 달랐다. 그만큼 연기의 폭이 큰 배우. 그렇지만 하나의 고정된 이미지가 없다는 건 '돈되는' CF시장에선 그만큼 손해다. 이 때문에 이름만큼 돈을 잘 벌지는 못하는데 돈 욕심 없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이런 배우 하나쯤 있어도 괜찮지 않아요?"라며 기자를 안심(?)시킨다. "어떤 역이든 맡을 수 있는 채로 나 자신을 비워놔요.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특별히 하고 싶은 역할은 없죠. 좋은 시나리오가 들어오면 그걸 보고 날 다시 만들어가요. 그게 배우라고 생각하구요. 영화에서 전도연이 보이면 안되잖아요."

그러면서 그는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오지 않는다'며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최근 몇년 사이 한국 영화계는 투 톱 남자배우에 조역급인 여배우 한 명이 흥행 공식처럼 돼버렸다. 자신만의 독특한 연기를 펼치고 싶은 배우에게 묻어가는 연기를 주문하는 건 아직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일 터. 연예인답지 않게 방송에서조차 맨얼굴을 당당하게 내미는 그는 "내가 자연스럽고 편해야 보는 사람도 그렇지 않겠느냐"고 설명한다. 전도연의 연기관도 그런것 같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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