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어린 나이에 영화 찍느라 힘들었거든요” <인어공주> 영호역 강동우
2004-07-01
글 : 박은영

“어린 나이에 영화 찍느라 힘들었거든요. 재밌게 시청해주세요.” <인어공주> 시사회 현장. 무대 위에 전도연, 박해일과 나란히 선 꼬마가 좌중을 휘어잡는다. <인어공주>에서 외삼촌의 아역으로 출연한 강동우는 목포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생. 연기 경험이라고는 학예회 때 무대에 선 게 다다. 그런데 연기가 장난이 아니다. 동우가 보여준 것은 ‘연기’라기보다는 ‘생활’에 가까워 보인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연기 같지 않은 연기. 이 귀여운 재간꾼에게 만남을 청했지만, 지방에서 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힘들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공부를 잘하는 동우는 수학경시대회에 출전한 날, 전화 인터뷰를 통해 조숙하고도 천진난만한 답변을 들려주었다.

영화 보니까 어땠어요?

이상했어요. 나 같기도 하고, 나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비교적’ 잘한 것 같아요. 처음치고는요.

주위 사람들한테 많이 보여주고 싶나요?

가족들한테는 보여주고 싶은데요, 친구들한테는 안 보여주고 싶어요. 머리도 빡빡 깎고, 얼굴도 시커멓게 칠하고, 너무 망가져서, 인기 떨어질 것 같아서요. 지금이 아니라 과거니까, 옛날 당시를 재현한 거잖아요. 현실의 내 모습이 아니라 영화 속 캐릭터라고 생각하고 봐주면 좋겠어요.

전에 연기해본 적 있었어요?

연극은 많이 해봤어요. <춘향전>의 이방, <흥부전>의 흥부 자식 같은 조연으로요. (연기가 재밌냐고 묻자) 예, 가끔 자아도취로요.

<인어공주>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어요?

학예회 준비하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한번 해보라고 추천해주셔서요. 별 생각없이 가봤어요.

근데 되고나서 안 하겠다고 했다면서요.

저는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아서 하고 싶었는데, 집에서 반대했어요. 가서 같이 지낼 사람이 없다구요. 그런데 외할머니가 같이 가주기로 해서, 하게 됐어요.

촬영할 때 힘들지 않았어요?

아뇨, 예상하고 있었어요. 엄마 친구 딸이 모델을 하는데요, 찍을 때 되게 힘들었다 그랬거든요. 기다리는 건 조금 지겨웠는데, 연기하는 건 별로 안 어려웠어요. 캐릭터가 나하고 비슷해서요. 만날 까불고 사고치고, 조심성 없는 게, 나랑 비슷해요. 그런데 도연이 누나랑 해일이 형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 나도 잘해야 된다는 부담이 있었어요.

연기는 어떤 식으로 했어요?

그냥 감독님이 가르쳐주신 대로 했어요. 제가 바꾸려 하다 혼난 적이 있거든요. 처음에 등장할 때 너무 까불면서 나왔는데, 감독님은 그냥 유유히 등장하는 게 좋다 그러셨어요.

옛날 노래는 어떻게 익혔어요?

CDP로 들으면서 익혔어요. <님과 함께> 빼고는 다 모르는 노래였거든요.

앞으로 계속 연기할 생각 있어요?

아뇨, 너무 힘들어요. 체력이 안 되어서, 안 될 것 같아요. 커가면서 천천히 생각해보려구요. 영화 때문에 5학년 2학기를 망쳤거든요. 그래서 공부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요. 공부는 살아가면서 필요한 거니까요. (장래희망은?) 통역관이요. 영어를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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