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뉴욕] <노트북>이 들려주는 연애담
2004-07-06
정통 로맨틱드라마 <노트북>, 대박 영화들 사이에서 인기몰이

개봉 전부터 대박이 예상되는 <스파이더 맨2>와 미 전역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반부시 다큐멘터리 <화씨 9/11> 사이에서 로맨틱영화 <노트북>이 여성 영화팬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영화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본격적인 여름 시즌을 맞아 할리우드 액션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코미디물이 쏟아져나오는 시기에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정통 로맨틱드라마이기 때문이다.

닉 카사베츠 감독의 <노트북>은 한 장년의 신사가 치매에 걸려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게 된 부인에게 자신들의 사랑 이야기를 마치 소설처럼 들려준다는 내용이다. 영화는 이 두 캐릭터의 젊은 시절을 배경으로 2차대전을 전후로한 미 남부지역의 낭만적인 풍경과 함께 전개된다. 주인공 노아는 돈 한푼 없지만 젊음 하나로 늠름하게 살아가는 청년이고, 이에 반해 앨리는 남부 유지의 외동딸로 곱게 자란 숙녀. 노아는 카니발에 친구들과 함께 놀러온 앨리에게 첫눈에 반해 거의 반강제로 앨리에게 데이트 승낙을 받아낸다. 이들은 곧 열정적으로 사랑에 빠지지만 앨리 어머니의 반대로 원하지 않는 이별을 하게 되고, 7년이란 세월이 지난 뒤에야 다시 만나게 된다. 그러나 앨리는 부모가 너무도 좋아하는 핸섬한 부잣집 아들과의 결혼을 앞두고 있어 주인공들의 갈등은 계속된다. 영화의 내용을 들어보면 꼭 옛날 신파극을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노트북>은 이같은 단점마저 감싸며 이야기를 충실하게 전개해 할리우드 액션이나 코미디, 또는 정치성 작품에 흥미를 갖지 못하던 여성팬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던 것.

청년기의 주연을 맡은 라이언 고슬링과 레이첼 맥아덤즈, 장년기의 주인공 제임스 가너와 지나 로랜즈의 연기는 상당히 설득력 있게 관객에게 다가온다. 특히 연인이 자신을 한번만이라도 다시 기억해주길 기다리며 소설처럼 자신들의 이야기를 읽어내려가는 제임스 가너의 연기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이외에도 샘 셰퍼드와 조앤 앨런, 제임스 마스덴 등이 조연으로 출연해 탄탄한 연기력을 과시한다. 주연을 맡은 고슬링과 맥아덤즈는 현재 할리우드에서 주목받는 신인배우들이다. 고슬링은 유대인인 사실을 숨기고 스킨헤드로 생활하는 청년의 실화를 그린 <빌리버>(The Believer)로, 맥아덤즈는 최근에 개봉된 린지 로한 주연의 <퀸카로 살아남는 법>에서 악녀 연기로 각각 눈길을 모았다.

이 작품의 감독을 맡은 닉 카사베츠는 <그림자들>과 <글로리아>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존 카사베츠 감독과 로랜즈의 아들이다. 남편의 작품에서 항상 강인한 여성으로 표현됐던 로랜즈는 아들이 감독한 이 작품에서는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상처받기 쉬운 여인으로 출연해 빛을 낸다. 뉴욕=양지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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