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리포트]
할리우드 영화전문 테마파크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탐방기
2004-07-07
글 : 권은주

영화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

생각해보면 영화는 처음부터 ‘산업’이었다. 영화를 찍고, 관객에게 ‘돈을 받고’ 보여주는 것에서 시작한 영화로 돈벌기는, 전통적인 극장 상영부터 비디오, DVD, 사소하게는 캐릭터 인형까지 다양화, 세분화되었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들의 ‘영화테마파크’이다. 영화세트를 이용한 구경거리와 간단한 놀이기구로 시작한 영화테마파크는,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처럼 거꾸로 영화화되기도 하는 등 더욱 긴밀하고 영리한 방식으로 영화를 이용하면서 발전하고 있다. 이런 영화테마파크의 현재를 확인하러 오사카에 있는 할리우드 영화테마파크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에 다녀왔다. 6호 태풍 디앤무의 영향으로 일본 간사이 지방의 국내선 비행기들이 결항됐던 6월21일. 그 비바람에도 불구하고 연간 1천만 관람객을 자랑하는 테마파크답게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은 관람객들로 제법 북적대고 있었다.

속편 아닌 속편, <슈렉 1.5> <백 투 더 퓨처 3.5>?

<슈렉> <터미네이터> <백 투 더 퓨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가장 큰 공통점은 아마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시리즈 중 나름대로 성공을 거둔 작품들이라는 점이 아닐까. 그런데 만약 극장에서 개봉한 속편 시리즈들이 아닌 또 다른 버전의 속편이 있다면? 시리즈의 팬들로서는 그 이야기가 궁금한 것이 당연지사. <슈렉4D 어드벤처> <터미네이터2: 3-D> <백 투 더 퓨처 더 라이드> 등은 이런 영화팬들의 호기심을 이용한 어트랙션이다. <터미네이터2: 3-D>는 사이버다잉사에 의해 다시 지구의 미래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존 코너가 터미네이터와 함께 미래로 날아가 스카이넷을 폭파한다는 설정을 실제 배우와 3D입체영화를 섞어가면서 보여주는 3D쇼이다.

△ 특수효과 쇼인 <백 드래프트>에서는 화염 특수효과를 직접 눈앞에서 볼 수 있다. 공장으로 꾸며진 세트는 정교하게 계산된 프로그램에 따라 불꽃을 터트리며 무너진다.

<터미네이터3>가 개봉한 지금은 전혀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가 되었지만, <터미네이터3>의 내용을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흥미롭다. 또한 <슈렉4D 어드벤처>는 슈렉과 피오나가 신혼여행을 떠나는 과정에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4D 어트랙션으로 만든 것으로, 1편과 이번 여름에 개봉한 2편의 사이에 들어갈 내용으로 손색이 없다. 애니메이션의 질이나 캐릭터의 매력도 본편 영화들과 다르지 않다(스토리 이외에 본편 영화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유령이 되어 나타난 파콰드 영주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정도랄까?). 이런 종류의 어트랙션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비슷하게 생긴 대역전문 배우들이 아닌 실제 출연배우들이 나와서 ‘어트랙션용 영화’를 찍었다는 사실. 3D 화면 속을 열심히 뛰어다니는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본편에서와 다름없는 매트릭스식 날아차기를 하는 피오나 공주를 보고 있자면 실제 속편을 보고 있다는 착각이 들게 한다.

실제 무대로 옮겨온 영화적 스펙터클<슈렉4D 어드벤처> 등이 본편과 또 다른 에피소드를 이용해서 또 한편의 ‘영화’를 볼 수 있게 한 것이라면, 스턴트 쇼 <워터월드>와 라이브 공연인 <유니버설 몬스터 라이브 로큰롤 쇼> 등은 원작영화의 컨셉과 기본 내러티브를 실제 무대로 옮겨온 경우다. 물 위에 세워진 세트를 배경으로 영화의 줄거리를 그대로 본떠 만든 <워터월드>는 “영화 <워터월드>는, <워터월드> 어트랙션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평가처럼 영화보다 훨씬 박진감 넘치는 쇼를 보여준다. 특히, 벽을 뚫고 비행기가 불시착하는 장면과 30m는 족히 되어보이는 곳에서 몸에 불이 붙은 채 물로 떨어지는 연기에서는 스크린에서 느낄 수 없는 ‘실제상황’의 스펙터클을 느낄 수 있다. <유니버설 몬스터 라이브 로큰롤 쇼>는 비틀주스, 프랑켄슈타인, 드라큘라 등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제작한 영화에 등장했던 각종 몬스터들이 등장해 각 캐릭터에 어울리는 라이브 무대를 선보인다. 늑대인간이 〈who let the dogs out>을 부르고, 프랑켄슈타인의 신부가 프랑켄슈타인을 떠나보내며 〈I will survive>를 부르는 등 할리우드식 위트가 느껴지는 뮤지컬 공연이다.

단순 세트가 아닌 영화의 공간 속으로

△ 스누피, 찰리 브라운, 루시 등 <피너츠>의 캐릭터들로 꾸며놓은 스누피 스튜디오. 미국에는 없고 오사카에만 있는 어트랙션 중의 하나. 캐릭터 쇼도 있기는 하지만 기념품 가게로 눈길을 더 끈다.

작품의 내러티브나 캐릭터가 아닌 ‘영화제작’ 자체에 대한 흥미를 이용한 어트랙션도 있다. <백 드래프트> <텔레비전 프로덕션 투어> <몬스터 메이크업> 등이 그것이다. <백 드래프트>에서는 영화 <분노의 역류>의 론 하워드 감독과 주연배우였던 커트 러셀 등이 직접 코멘터리를 한 메이킹필름을 보여준 뒤, 실제로 눈앞에서 화염 특수효과를 시연한다. 기름통이 터지고 철제구조물이 무너지는 것을 보다보면 메이킹필름에서 감독과 배우가 강조했던 ‘스턴트맨과 스탭들의 수고로움’을 느끼게 된다.

이들 외에도 영화의 설정과 캐릭터를 배경으로 한 ‘탈거리’들도 있다. <쥬라기 공원>이나 <어메이징 어드벤처 오브 스파이더맨 더 라이드> 등이 그것이다. ‘무서운 놀이기구’에 중점을 맞춘 어트랙션인 만큼 영화적인 재미는 덜하지만 뉴욕의 마천루에서 수직으로 떨어지고, 실제 쥬라기 공원을 방문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기에는 충분하다.

영화테마파크는 영화로 수익을 내는 방법으로는 가장 초기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임에 틀림없지만, 영화팬들에게는 좋아하는 시리즈의 새로운 에피소드를 발견하고 영화의 실제상황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놀이기구’로 만들어질 만큼 산업적으로 장르화되지 않은 한국 영화계를 생각하면 우리나라에 한국영화 테마파크를 만드는 것은 가까운 미래의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실패작임에도 불구하고 <워터월드>를 놀이공원 내 최고의 인기 쇼로 만들어낸 할리우드식 놀이기구들은 영화를 이용하는 방법에 대한 단순하지만 명확한 사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오브 더 라이드> (왼쪽) <백 드래프트> 어트랙션 건물 앞에서 소방수 차림으로 스턴트 쇼를 보여주고 있는 연기자들. 파크 곳곳에서 작은 쇼가 진행된다. (오른쪽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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