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도쿄] 영화와 CF의 동침, 네트 무비
2004-07-14
글 : 김영희 (한겨레 기자)
<하나와 아리스> 이후 ‘네트 무비’ 광고 붐

일본에 최근 인터넷 사이트에서만 볼 수 있는 이른바 ‘네트 무비’의 제작경쟁이 치열해졌다. 대부분 기업들이 자사 제품을 광고하기 위해 의뢰하는 10분 정도의 짧은 작품이지만, 국내외 유명 감독과 탤런트들이 뛰어들며 화제가 되고 있다. 기업들도 네트 무비를 텔레비전 CF의 연장이 아니라 독자적인 광고 매체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언론들은 전한다.

모리나가는 6월부터 알로에 요구르트 광고를 위한 단편 <비밀> 3부작을 인터넷에서 상영 중이다. 주타깃층인 젊은 여성들에 맞춰 다나카 레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연애드라마를 만들었다. 텔레비전 광고 때는 <비밀>의 한 장면을 예고편으로 내보내 사람들이 자사 홈페이지를 찾도록 하는 식이다. 자동차회사 마쓰다는 스포츠카 ‘아덴자 23z’의 단편 <러시>에 뤽 베송 감독을 기용했다.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를 무대로 속도감 있고 서스펜스 넘치는 자동차 추격신이 펼쳐지는 작품으로 당연히 그가 제작한 <택시>가 떠오르게 된다. BMW는 오우삼 감독에게 네트무비를 맡겼다.

이전에도 네트 무비는 간간이 있었지만, 요즘처럼 붐을 일으킨 것은 네슬레가 ‘킷캣’ 선전을 위해 이와이 순지 감독에게 의뢰해 만든 <하나와 아리스>(사진)가 지난해 히트하면서다. 원래 텔레비전 CF는 미야자와 리에 등이 출연했지만, 네트 무비에선 요즘 최고 인기있는 스즈키 앙과 아오이 유를 기용해 첫사랑을 테마로 모두 3장4화의 영화를 만들었다. 아스라한 첫사랑을 떠오르게 하는 시적인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액세스만 298만건에 달했고, 아예 이를 재편집한 같은 제목의 장편영화가 올해 3월에 극장공개되며 인기를 모았다.

한국보다 인터넷 환경이 뒤처지긴 하지만, 일본도 최근 몇년 새 초고속통신망의 보급이 확대되며 급속히 사정이 바뀌고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ADSL, 광통신 등 일본 내 초고속 인터넷이 가능한 회선은 4월 말 현재 1600만 회선. 네트 무비는 노골적인 제품 홍보에 치우칠 경우 외면받기 쉽기에 사람들의 삶에 밀착하는 촘촘한 스토리텔링과 색다른 영상이 있어야만 눈길을 끈다. 새로운 대중매체로 떠오른 인터넷에서 영화와 기업의 동침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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