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발탄> <김약국의 딸들> 등을 만든 유현목 감독이 부천영화제 개막 행사장을 찾았다. 비가 많이 내린 탓에 오는 길이 유난히 멀고 힘들었다는 유현목 감독은, 예정시간보다 1시간 늦게 도착해 까마득한 후배 영화인인 조성우 음악감독과 인사를 나눴다. <고양이를 부탁해> <봄날은 간다> <인어공주> 등을 작업한 조성우 음악감독은 유현목 감독의 1965년작 <춘몽>에서 사운드필름이 유실된 마지막 15분가량의 복원작업을 도맡았다. 복원된 부분은 개막식의 첫 순서로 상영됐다. 낡은 흑백의 화면 속에서, 인공적인 세트와 과장된 스타일의 연기가 모던하고도 서정적인 선율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이는 그 자체로 아름다운 한편의 무성영화와도 같았다.
본인의 40년 전 영화를 복원 상영한다는 점이 무척 기쁘겠다.
유현목 l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잘 알지도 못하는 영화다. 난 프린트도 잃어버린 줄 알고 있었는데 발견했다기에 깜짝 놀랐다. (프린트는 한국영상자료원이 보관하고 있다)
<춘몽>은 어떤 영화인가.
유현목 l 그 당시로서는 실험영화였다. 나는 우리나라 영화들이 스토리만 중시해서 만들어지는 것에 회의를 느꼈다. 이미지와 스타일을 강조한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당시에 나는 시네포엠 운동도 벌이고 있었다.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 같은 독일 표현주의영화에서 영감을 얻어 <춘몽>을 만들게 됐다.
어떻게 복원 작업을 제안받게 됐는지.
조성우 l 김홍준 집행위원장이 나밖에 해줄 사람이 없다면서 제안했다. (웃음)
작업을 위해 영화를 먼저 봤을 텐데, 보고 난 느낌이 어땠나.
조성우 l <춘몽>은 형식도 독특하고 추상적인 이미지가 많은 영화다. 1965년에 이런 영화가 있었다는 게 놀라웠다. 그만큼 이 영화에서는 음악의 역할이 크다는 느낌도 들었다. 대사가 많지 않은데다 스토리도 분명하지 않아서, 음악이 줄거리와 감동을 모두 전달하는 역할을 떠맡아야 했다.
40년 전의 음악과 지금의 음악은 음질이나 스타일 면에서 차이가 있었을 거다.
조성우 l 그 부분을 두고 김홍준 위원장과 얘길 했었다. 원래의 음악과 비슷하게 갈 것인가, 조금 다르더라도 현대적인 느낌으로 갈 것인가. 이에 대해서 김홍준 위원장은 ‘사람들에게 복원이라는 점을 알려줘도 괜찮을 것 같다’고 했고, 그래서 나도 기존에 깔린 음악은 신경쓰지 않고 작업했다.
이번에 복원된 부분도 보존되나.
조성우 l 사운드 필름이 유실된 프린트와 함께 당연히 보존된다고 알고 있다.
글 박혜명·사진 이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