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일본에서 개봉한 세편의 한국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는 개봉 첫주 일본 박스오피스 7위(<스캔들…>)와 4위(<실미도> <태극기…>)를 기록하면서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개봉규모와 애초의 기대에 비추어볼 때 이 영화들의 흥행성적표는 얼마간의 차이를 보인다. 최종 극장 성적은 아직까지 집계되지 않았지만, 50만명 정도의 관객을 동원해 약 83억5천만원 정도를 벌어들인 <스캔들…>은 기대 이상인 반면 국내에서 천만관객을 동원했던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는 각각 68억원과 104억원 정도에 그쳤던 것. 각각 320개관과 200개관에서 개봉한 <태극기…> <실미도>에 비해 118개관에서 시작한 <스캔들…>이 가장 내실있는 성과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실미도>의 투자·제작과 국내 배급을 맡았던 시네마서비스의 국제팀 이용진 차장은 이와 관련하여 “<트로이> <투모로우>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강세인 상황에서 무리하게 개봉을 감행하면서 예상보다 부진한 선전을 거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극장의 두배에 달하는 시장을 가지고 있는 일본의 비디오 상황을 고려하면 최종 결과는 낙관적”임을 덧붙였다. 부진한 극장성적의 원인으로는 “11월 예정이었던 개봉시기를 6월로 조정하면서 충분한 홍보기간을 갖지 못했던 것”을 꼽았다. 이는 한류열풍을 의식한 일본 현지 배급사의 결정 때문이었다고.
이와 대조적으로 중간 정도의 규모로 시작해, 개봉 4주차에 오히려 개봉관을 늘렸던 <스캔들…>의 투자사 CJ쪽은 일본 배급을 맡은 시네콰논과의 긴밀한 공조를 성공요인으로 꼽고 있다. “당시 일본에서 배용준의 인기는 최고였지만, 시사회 반응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았다. 영화사 봄, 일본의 배급사와 논의하여 배용준의 인기를 살리면서도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 영화의 원작소설의 명성 등을 고루 홍보하는 전략을 택했고 이것이 적중했다”는 것이 CJ 해외마케팅 일본·아시아 담당자 김준형씨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