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도쿄] 故 미소라 히바리, <오페레타 너구리 궁전>에서 배역 맡아
2004-08-31
글 : 박은영
죽은 여가수, 영화로 부활한다

일본의 국민가수이자 우리에겐 한국계로 알려진 미소라 히바리(본명 가토 가즈에)(사진)가 스즈키 세이준 감독의 신작에 출연한다. 이미 1989년 숨진 미소라 히바리인데 웬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 하겠지만 이것은 거짓이 아니다. 화제의 작품은 스즈키 감독이 3년 만에 메가폰을 잡고 장쯔이가 처음 출연하는 일본영화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오페레타 너구리궁전>(영문 제목 <라쿤 팰리스>).

죽은 그녀를 은막에 부활시키는 것은 생전 영상의 재편집 같은 ‘누구나 짐작하는’ 방식이 아니라 최신 컴퓨터그래픽 기술이다. <시몬>의 주인공 시몬이 이상적인 배우의 조합이었다면, 이번엔 실재했던 인물의 전성기 때 모습을 컴퓨터가 되살려내는 것이다. 또 음성지문 감정 전문가의 힘을 빌려 마치 살아 있는 배우가 연기하듯 대사는 물론 노래도 한다. 미소라 히바리의 골격 등을 분석해 ‘떨림 창법’으로 알려진 그녀 특유의 비브라토까지 재현한다는 계획이다.

<오페레타…>는 인간이 발을 들여놓은 적 없는 너구리 숲으로, 성에서 쫓겨난 다이묘의 아들(오다기리 조)과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신한 너구리 공주(장쯔이)의 사랑을 그린 작품. 미소라 히바리가 맡은 배역은 주인공의 어머니, ‘빛의 여인’이다. 보도에 따르면 아버지의 음모로 죽음을 맞은 주인공과 그의 죽음을 뒤따르는 너구리 공주를 환생시키려 하는, 이야기의 핵심 인물이라 한다. 두 사람의 환생을 비는 장면에선 <신곡>도 부르게 된다고.

<너구리궁전>은 1942년부터 59년까지 모두 6작품이 만들어졌던 인기 시리즈로, 미소라 히바리는 생전에 이 가운데 2편의 주연을 맡았다. 스즈키 감독 등 제작진은 처음부터 그녀를 등장시키고 싶어했고, 최근 크랭크업할 때까지도 기술 가능성을 계속 타진한 끝에 미소라의 아들로부터 “어머니는 평소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았기에 분명 기뻐할 것”이라며 쾌히 승낙을 받아냈다는 것이다. 일본어, 중국어, 포르투갈어, 라틴어까지 등장하며 춤과 노래가 펼쳐진다니 81살의 ‘영원한 악동’ 스즈키 세이준이 또 어떤 새로운 세계를 보여줄지도 관심이다. 영화는 미소라 히바리의 17주기를 맞는 내년 5월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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