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엄마> 막바지 촬영 재미 고백
"연기 생활 32년 만에 이런 분위기는 정말 처음이에요. 이런 따뜻함이 영화에서도 잘 묻어나겠죠." 그동안 주로 TV 드라마로 사랑 받았던 고두심(53)이 영화 촬영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연기생활 32년 만에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막바지 촬영을 진행 중인 <엄마>(제작 필름뱅크. 감독 구성주. 11월 개봉 예정). 해남에 사는 한 시골 할머니가 딸 결혼식에 참석하러 목포로 가는 2박 3일간의 과정을 그린 이 로드 무비에서 고두심은 어지럼증으로 차를 탈 수 없어 걸어서 결혼식장으로 가는 주인공 할머니 역을 맡았다.
"올 여름이 정말로 더웠잖아요. 그런데 정말 더운 것을 모를 정도로 즐거웠어요. 더위로 기미가 목에서 볼까지 올라왔는데 고민이 안 되더군요. 촬영이 너무 즐거워서요."'즐거운 촬영'이 빈말로 들리지 않는 것은 보기만 해도 든든한 자식들 덕이 크다. 극중 할머니의 자식은 2남 3녀. 손병호(<파이란>), 김유석(<강원도의 힘>), 이혜은(<코르셋>), 박원상(<범죄의 재구성>), 김예령(<동승>) 등 탄탄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이 주인공 할머니와 고두심의 먼 여정에 함께 한다.
"스태프나 배우들이나 정말 착하다"고 칭찬을 하던 고두심은 월출산 촬영 때의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촬영지가 차가 못 들어가는 깊은 산속이어서 출연 배우들은 음식이나 음료수 등이 얹힌 지게를 하나씩 지고 기꺼이 산을 오르내렸다. 촬영장에서 꿀밤을 주기도 하고 등을 토닥거리기도 하는 그는 영락없이 소탈한 어머니의 모습 그대로다. "말을 해도 어떻게 그렇게 예쁘게 하나". 후배 연기자에 대한 칭찬이 자연스럽게 입에서 흘러나온다.
고두심이 <엄마>와 열애에 빠진 또 다른 이유는 영화의 주 촬영지인 해남과 그 곳 사람들 덕이다. "오메, 내가 어젯밤에 뭔 꿈을 꿨다냐"라고 말을 붙이는 시골 아주머니들의 인심은 촬영장 가는 길을 즐겁게 만든 해남 사람들의 매력이다. "땅끝마을에서 목포쪽으로 훑으며 올라오다 보니 절경이 펼쳐지더라"고 설명하는 그는 "말 한 마디를 해도 얼마나 정감있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흐뭇해 했다.
영화 출연 중에도 TV 연기(TV 소설-그대는 별)를 병행했던 고두심은 데뷔 이후 한 차례도 연기를 중단한 적이 없다. 활발한 연기활동의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증을 드러내자 '고향을 잘 타고 나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제 고향이 제주도잖아요. 섬사람 특유의 강함을 타고 났어요. 타고난 억척스러움에 대해 고향에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30년 경력이 넘는 중견 연기자에게 혹시 아직 연기해보고 싶은 역이 남아 있는지 묻자 한동안 머뭇거리다 "사랑하다가 죽는 비련의 멜로물"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운 좋게 많은 역을 해봤지만 정통 멜로 연기는 못 해본 것 같네요. 황혼에도 멜로(연기를 할 기회)가 다시 한번 오지 않을까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예천=연합뉴스, 사진 씨네와이즈필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