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최고의 SF는 <블레이드 러너>
2004-09-07
글 : 김도훈
영국 일간지 <가디언> 과학자 대상 조사…‘과학적’인 이유도 제시

과학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SF영화는 어떤 작품들일까.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이 자국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SF영화는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1982)(사진)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뒤를 이어 2위는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 3위는 조지 루카스가 제작한 <스타워즈>(1977)와 <제국의 역습>(1980)이 공동으로 선정되었고, 리들리 스콧의 <에이리언>(1979)과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솔라리스>가 각각 4위와 5위 자리를 차지했다. 결과만으로는 보통의 SF영화팬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리스트와 별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설문에 참여한 과학자들이 각각의 영화들을 선정한 데에는 다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런던대학에서 신경과학 분야를 가르치고 있는 교수 크리스 프리스가 <블레이드 러너>를 선택한 이유는, 이 영화가 ‘과학’을 그저 근사한 배경이 아니라 내러티브상의 필수요소로 사용하기 때문. 특히 그는, 영화 속에서 경찰이 안드로이드와 인간을 구분하기 위해 사용하는 ‘Voight-Kampff Empathy Test’에 대해서 “그런 식으로 홍채를 관찰하며 음성으로부터 인간의 감정을 테스트하는 것은, 나같은 신경과학자가 지금 현재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부터 그리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니다”라며 감탄을 표했다.

2위를 차지한 스탠리 큐브릭의 역시 치밀하고 정교한 과학적 재현와 인류학적 비전 때문에 과학자들의 지지를 받은 케이스. 에든버러대학의 자연사(自然史) 명예교수인 오브리 메닝은 “이 영화는 지금의 컴퓨터그래픽으로도 따라갈 수 없는 탁월한 시뮬레이션을 보여준다. 특히 브라질 ‘맥’을 ‘선사시대 동물’로 영화 속에서 활용한 것도 절묘했다(‘맥’은 동남아와 남미에 서식하는 동물. 수백만년 전으로부터 모습이 거의 변하지 않아 ‘살아 있는 화석’이라 불린다- 편집자)”며 큐브릭의 작품을 선정한 ‘자연사적’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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