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베니스 2004] “<빈 집>은 김기덕 감독 영화 중 최고”
2004-09-08

베니스 현지 첫 시사후 기자 및 평론가들 열띤 반응

베니스 영화제의 메인 경쟁부문인 베네치아61(Venezia61)에 초청된 <빈 집>이 6일 밤 10시(현지시각) 상영관 팔라갈릴레오에서 열린 첫시사회에서 기자와 평론가들의 환호를 얻어냈다. <빈 집>은 폭력적이고 일방적인 사랑에 감금돼 무기력한 여자 선화(이승연)와 가진게 없어 잃을 것도 없는 남자 태석(재희)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올해 영화제에는 '깜짝 상영작'(Film sorpresa)으로 뒤늦게 경쟁부문에 합류했다.

밤 늦은 시간임에도 이날 시사회에는 많은 관객이 참석해 김감독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2천여석을 가득 메운 관객은 영화의 첫 자막이 올라가자 환호와 함께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언론 시사회가 다른 상영회에 견주어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며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 관객이 바로 자리를 뜨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시사회는 유난히 다른 영화들보다 더 많은 박수를 이끌어냈다. 시사회가 끝난 뒤에는 관객들이 휘파람 소리와 함께 5분여 동안 박수를 보냈으며 일부는 기립박수를 치기도 했다.관객들은 특히 남자 주인공 태석이 빈집을 자신의 집처럼 생활하는 장면에서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으며 마음에 드는 장면이 나오면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시사회장을 나오는 기자들의 표정도 영화 상영 중의 열띤 반응과 마찬가지로 밝은 모습이었다.

오스트리아 데우 스트란다드 신문의 도리닉 바나리다쉬 씨는 "미장센 면에서나 유머, 사랑을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점에서 지금까지 김기덕 감독의 영화 중 최고"라고 평했다. 김기덕 감독의 열혈팬이라고 자신을 설명하는 이탈리아의 영화잡지 시니티의 마시모 트리아 씨도 <빈 집>을 <섬>,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과 함께 김감독의 영화 중 자신이 좋아하는 세작품 중 하나라며 만족해했다. 그는 "강함과 약함 사이의 균형이 잘 잡혀 있고 전체 구조도 잘 짜여 있다"고 말했으며 "후반 영화가 갑자기 시적(詩的)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마음에 든다"고 치켜세웠다.

한편 공식시사 다음날인 7일 낮(현지시각) 영화제 본부 건물인 카지노에서 <빈 집>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에는 김기덕 감독과 이승연, 채희 등 출연 배우가 참석했으며 이승연은 진홍색 드레스 차림으로, 김기덕 감독은 검정색 티셔츠에 모자를 쓴채 나타났다.

회견장에 모인 기자와 평론가들은 70여명. 할리우드 스타 감독의 작품이 아닌 영화 중에서는 많은 관심이 집중된 편이다. 기자회견은 40여분간 진행됐다. 외신 기자들은 남녀 주연배우의 대사가 거의 없다는 점에 특히 주목했으며 제작 기간이나 제작비 등에도 관심을 가졌다. 또 대만의 한 기자는 '여성 문제와 관련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는 여배우를 캐스팅한 배경에 대해 묻기도 했으며 일부 중화권 기자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도 한국 기자들에게 이승연에 대한 한국 국민의 분위기를 묻는 등 아시아권 언론들은 이승연의 연예계 복귀 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김감독은 배우들의 대사를 없앤 데 대해 "내 영화는 유럽이나 미국 등 여러 나라 사람들이 보기 때문에 대사를 완벽하게 전달하기가 힘들고 지금까지 다른 작품들도 대사가 많지 않은 편"이라고 말하며 "언어라는 것은 위선으로 잘못 전달될 수 있는 것이며 언어보다는 행동과 제스처로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전작들과 달리 <빈 집>에서 골프를 치는 주인공이 등장하고 부유한 저택이 배경이 되는 등 상류층의 모습도 담겨 있는 이유를 알고 싶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부자도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고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마음이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담았다"고 대답했다.

이승연을 캐스팅한 이유를 묻자 "어떤 일로 문제가 됐든 내게는 이승연씨가 한 연기자일 뿐이며 그녀가 내 영화에 적절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서 캐스팅됐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연배우 이승연 인터뷰

“<빈 집>은 내 인생의 전환점”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고 또 저같이 정말 안 좋은 일이 있으면 또 이렇게 좋은 일도 있나봐요" 제61회 베니스 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초청된 <빈 집>으로 베네치아를 방문한 여배우 이승연(36)이 '새옹지마(塞翁之馬)'를 언급하며 영화제를 찾은 소감을 밝혔다.

스스로 밝힌 대로 이승연이 영화제에 참석한 것은 국내외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7일 오전(현지시각) 숙소인 리도 섬의 엑셀시오르 호텔에서 만난 이승연은 "이렇게 좋은 곳에 오게 되니 어떻게 보면 덤덤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게 말이 되나, 서울에서 꾸준히 영화를 많이 하는 분들도 오기 힘들텐데 내가 이래도 되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깜짝 상영작(Film Sorpresa)'으로 경쟁부문에 막차로 합류한 <빈 집>은 폭력적인 남편한테서 감금을 당한 채 사랑을 강요당하는 여자 선화와 비어 있는 집을 돌아다니며 살아가는 남자 태석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이승연은 6일 자정께 베니스에 도착했으며 7일 하루 동안 열리는 기자회견과 공식시사회에 참석 중이다.

수상 여부에 대해서는 "상을 타면 정말 좋겠지만 아직 거기까지 감히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대답했으며, 영화제 방문 기간 공식 일정 외에 어떤 일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예전 같았으면 쇼핑을 했을 것"이라며 말을 이어나갔다. "기념품들을 사 모으고 싶어요. 예전 같으면 차라리 예쁜 니트나 한 벌 더 사지 무슨 기념품이냐고 했겠지만 요즘에는 스스로가 여러모로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유리 공예 공장도 가보고 싶고 이곳저곳 예쁜 기념품 가게들도 돌아다니고 싶네요."

<빈 집>은 올해 초 이른바 '위안부 누드'로 파문을 일으킨 그에게 조심스러운 연예계 복귀작이다. 때이른 복귀라는 여론도 있는 만큼 <빈 집> 출연은 그녀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됐다. "<빈 집>은 제게 인생의 터닝 포인트 같은 영화예요. 제가 생각하는 인생이, 생각들, 그리고 연기에 임하는 자세가 그래요. 그 점에서는 감독님께 고맙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승연은 <빈 집>에 출연하기 전부터 김기덕 감독과 함께 작업하고 싶은 생각을 품어왔다고 얘기했다.

"'연기자 생활을 하는 동안 기회가 되면 꼭 한번 같이 일해보고 싶다'고 주변 사람에게 고장난 레코드처럼 얘기하고 다녔어요. 마침 상황이 잘 들어맞아서 출연을 하게 됐고요." 촬영 중 힘들었던 점은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덥거나 좁거나 했던 것을 영화 하는 사람들이 힘든 일이라고 하지는 않잖아요"라고 반문하며 "차라리 촬영감독이나 스태프들이 힘이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연예계 복귀에 대한 계획을 묻자 "일인데 하루라도 빨리 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현재 확정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베네치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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