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베니스 2004] <빈 집> 현지 데일리 평점서 최고 기록
2004-09-09

시네필들이 만드는 현지 소식지 '시네마베니레'에서 8.7점으로 최고

제61회 베네치아 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초청된 <빈 집>이 8일 발표된 현지 데일리(일간 소식지)의 별점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빈 집>은 현지 시네필(광적 영화팬)들이 만드는 현지 소식지 '시네마베니레'가 발표한 별점에서 10점 만점 중 8.7점을 받아 지금까지 상영작 중 가장 좋은 점수를 기록했다. <빈 집> 별점을 준 시네필은 전체 12명 중 10명으로 이 중 두 명이 10점 만점을 매겼다. 별점의 대상이 된 영화는 전체 경쟁부문 22편 중 16편으로 이들 영화 중 10점을 받은 영화는 한 편도 없었다.

이전까지 가장 좋은 점수를 받은 영화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으로 8명의 시네필이 평균 8.4점을 주었으며 <팰린드로움즈>(Palindromes·토드 솔론즈), <베라 드레이크>(Vera Drake·마이크 리), (프랑소와 오종), <아웃 오브 시>(Out of Sea·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가 차례로 7.4점, 7.2점, 6.5점, 6.1점을 나타냈다. 한편 <빈 집>은 또다른 소식지인 'CIAK'의 별점에서도 3위권의 점수를 얻었다.

전체 아홉 명의 평론가 중 별점을 준 사람은 다섯 명으로 <빈 집>은 최고 별 5개 중 3개 이상의 점수를 받았다. 다섯 명 중 한 명의 평론가가 별 두개를 주기는 했지만 다른 한 명에게서는 만점인 다섯 개를 받아 약 3.2점을 얻었다. 평균 별점 3점 이상을 받은 영화는 모두 다섯 편. <베라 드레이크>가 3.7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하울의 움직이는 성>(3.4점)이 뒤를 잇고 있다. 이밖에 <아웃 오브 시>와 프랑스 영화 <왕들과 왕비>(Rois et Reine.아르노 데스플레센)'도 평균 3점 대의 점수를 받았다. <빈 집>의 수상 여부가 결정되는 폐막식은 11일 오후(현지시각) 열린다.

김기덕 감독 인터뷰

“나는 10%의 의외성 담는다”

-영화제 초청 사실이 개막 후에야 알려졌다. 원래 초청 계획을 알고 있었나.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영화제 쪽에서 관심을 보였다. 촬영 전에 시나리오를 베니스에 보냈고 중간중간 편집본도 보냈다. 완성된 필름은 영화제에서 보지 못했지만 이례적으로 그 전에 초청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

-음악은 맡은 사람이 원래 예정됐던 마이클 라이먼이 아니다.

=스케줄이 잘 안 맞았다. 내가 적어도 3개월 정도는 촬영할 줄 알았나보다. 8월 중순 공연이 있다고 연락이 왔고, 결국 한국의 음악 그룹인 '슬비안'이 영화 음악을 담당했다.

-제작 발표 당시 완성 후 공개되면 논쟁이 될 만한 게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어떤 장면인가?

=(논쟁될 만한 것이) 있었는데 제외시켰다. 살이 많이 보이는 장면이었는데 영화에 별로 중요하지 않아 잘랐다. 살이 보여서 좋은 영화가 아니고 살을 보여서 상처입을 사람이 있기 때문에 그랬다.

-극중 선화나 재희나 모두 대사가 극히 제한돼 있다. 어떤 의도인가.

=외국에서 상영될 때는 대사가 없는 편이 낫다. 외국 관객들은 대사가 있으면 귀찮아 하기 때문이다. 대신 감정을 뉘앙스로만 전달하는 방식을 택했다.

-기자시사회 반응이 좋더라. 수상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나.

=그런 얘기는 하기가 좀 그렇다. 그동안 영화제를 쭉 다녀보니까 이번 영화는 별로 가능성이 많지 않은 것 같다. 폐막전인 9일 출국할 예정이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데일리 별점에서 3위권에 들면 혹시 (남게 될지) 모르겠다. 기자 시사회 반응이란 것은 원래 다 그렇게 좋게 느껴진다. 다 그렇게 좋은 반응을 받다가 결국 우울하게 돌아가는 것 아니겠나. 욕심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나보다 경력이 많고 오래 영화를 한 사람들이 그렇게 오래된 가지를 가지고 영화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분들의 연륜이 선택되어야 나중에 내게도 기회가 있는 것 아닌가. 기타노 다케시 감독처럼 너무 일찍 좋은 상을 받으면 나중에 좋은 영화를 만들지 못하는 것이다.

-전작들에 비해 유머가 풍부해진 느낌이다.

=옆의 사람들이 (이승연을 보며) 웃겨서 그렇다(웃음). 나도 이제 웃고 살아야 하지 않겠나.

-차기작으로 준비하는 작품은 있는가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산을 지원받는 <나는 살인을 위해 태어났다>라는 작품이 있다. 사람이 아니라 '권총'이 주인공인 영화다. 이르면 아마 다음달부터 제작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외국 자본으로 만든 첫 번째 영화다. 어떤 장점이 있던가?

=제작에 간섭이 없는 게 좋았다. 국내에서 투자를 받으면 여러모로 '조언' 같은 것을 많이 받는다. 외국 자본은 돈만 보내주고 결과물만 기다린다.

-(김 감독의) 작품들이 유럽이나 미국 관객들에게서 특히 좋은 반응을 얻는 것은 어떤 까닭인가

=내가 그들(외국 관객)이 아니라 잘 모르겠다.(웃음) 내 영화는 다른 한국 영화가 가지고 잇는 구도나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지 않는다. 나는 소위 해피엔딩의 개념이나 구도를 좋아하지 않는다. 지금 만들어지는 영화의 90%는 그런 영화지만. 내 영화는 10%의 의외성을 담고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유령연습'이라는 것도 전혀 (현실에서는) 설득력이 없는 것이지만 영화를 통해 보여졌을 때 이런 장면들은 (주제의) 추상적인 이해를 도모하게 되는 것이다.(베네치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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