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영정 안고 회한
"공항에 내려 배를 타고 오는데 불빛이 너무 예쁘더라고요.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마음 속으로 어머니를 외쳤어요." 해외 영화제에서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플래시 세례를 받는 것은 대부분 여배우들의 꿈. 하지만 <하류인생>으로 올해 베니스 영화제를 방문한 김민선(24)의 경우는 영화제 방문이 또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바로 1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와 한 약속을 지키는 것. 그는 지난해 투병 중이던 어머니와 꼭 영화제에 함께 가자고 약속을 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류인생>의 크랭크인을 불과 며칠 앞두고 암투병 중이던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결국 김민선은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을 가슴에 품고 7일 영화제가 열리는 베네치아의 리도섬에 도착했다. 하루 전날인 6일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1년이 되는 날. 8일 오후 베네치아 현지에서 열린 '한국영화의 밤'에서 만난 김민선은 "못 해드린 게 너무 많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어렸을 적 함께 찍었던 사진을 가져왔어요. 딸이 잘되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어서요. 어머니가 많이 약해 누워 계시는 귀에 대고 '엄마, 임감독님 영화하게 됐어요'라고 말씀드렸거든요. 반응도 잘 못하시던 때였는데도 좋아하시는 표현을 하시더군요. 그때 일이 갑자기 생각나네요." 김민선은 어머니 얘기로 잠시 눈시울을 붉히면서도 "기분이 묘하면서도 마음은 참 편하다"며 영화제를 찾은 소감에 대해 말을 이어나갔다.
"영화 일을 하는 각 나라 사람이 모여 함께 얘기를 나누는 게 너무 멋있는 일 같아요. 게다가 경쟁부문에 한국 작품과 함께 와서 의미가 크죠. 지금은 마냥 좋지만 행사장에 들어서면 좀 긴장이 될 것 같은데요." 임권택 감독은 영화 촬영이 시작된 후 줄곧 김민선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화려한 미인은 아니지만 묘한 매력을 띤 얼굴을 가졌다는 것.
"'씩씩해서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물론 다시 불러주신다면 기꺼이 함께 일해야죠."현재 다음달부터 방송되는 TV 드라마 <한강수타령>에 출연하고 있는 김민선은 "영화의 매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잠시 기다렸다가 좋은 작품으로 영화 관객들을 다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제 경쟁부문인 베네치아61(Venezia61)에 초청된 <하류인생>은 10일 기자회견과 함께 레드카펫 행사와 공식상영회를 가질 예정이다. <하류인생>과 <빈 집> 등 한국 영화 두 편을 비롯해 모두 22편의 작품이 경쟁하는 최고상 '황금사자상'의 주인공은 11일 오후(현지시각) 폐막식과 함께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