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여정 <엄마> 촬영현장
2004-09-13
글 : 오정연
사진 : 정진환
어떤 ‘어머니’의 2박3일

“<엄마>까지 먼 길을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8월31일 경북 예천. 검게 그을린 분장의 ‘어머니’ 고두심과 그 일가족이 취재진들을 맞이한다. 오랜 기간을 함께했기 때문인지, 실제 가족처럼 정겨워 보이는 이들은 “가족으로 나왔던 모든 이들과 헤어지는 것이 아쉽다”(고두심), “스탭과 배우들 사이에 자리잡은 친밀감들이 영화 속에 녹아드는 것 같다”(이혜은)면서 한주 앞으로 다가온 크랭크업에 아쉬움을 표했다. 어지럼증 때문에 자동차를 탈 수 없는 어머니가 막내(채정안)의 결혼식에 참석하겠다는 일념으로 걸어간 2박3일간의 여정을 다룬 <엄마>(감독 구성주)에서 이런 배우들 사이의 유대감은 커다란 영향을 끼칠 것이다. 해남에서 목포까지 남도 200리에 걸친 여행을 함께하는 노모와 두 아들(손병호, 김유석), 중간중간 이들과 합류하는 큰딸 내외(이혜은, 박원상), 둘째딸(채민서), 손녀(백보현) 등은 이 ‘먼 길’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주인공들이기 때문이다.

해남에서 출발해, 월출산 구름다리, 대흥사, 고인도길과 석류길 등 아찔한 절경을 지나며 숱한 위기들을 넘긴 고두심 일행이 이날 도착한 곳은 낙동강 지류에 위치한 회룡포. 원래는 얕은 개울이었던 이곳이 태풍으로 인해 수위가 어른 가슴까지 올라오는 강으로 변해 있었고, 다리는 흔적만 남아 있었다. 큰아들이 노모를 업고 징검다리가 띄엄띄엄 놓인 개울을 건너간다는 원래의 내용은, 발을 헛디딘 큰아들과 이를 구하려다가 같이 허우적거리게 된 어머니를 말썽꾸러기 둘째아들이 구해내는 것으로 변경됐다. 이날 오후. 몇번이고 물에 뛰어들어야 했던 배우들에게는 엄청난 고난의 시간이었지만, ‘강 건너 불구경’하듯 촬영을 관망한 나머지 스탭들과 취재기자들에게는 여름의 대미를 장식하는 물가의 피서와도 같은 한때였다. 늦여름 뜨겁던 태양이 긴 그림자를 드리우며 서산으로 기울 무렵 촬영은 무사히 마무리됐고, 제작진들은 이후 촬영을 위해 해남으로 향했다.

<엄마>는 오는 11월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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