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눈부신 ‘옴므 파탈’, <나쁜 교육>의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2004-09-14
글 : 고일권
순수한 모습 뒤 파멸의 씨앗, 옴므 파탈

주변 사람 혹은 자신마저 치명적 함정으로 몰고 가는 옴므 파탈은 남성성과 여성성을 함께 지닌 묘한 매력을 가진 인물들이 그 계보를 이어왔다. 그들에게선 자신의 나약한 이미지를 내세워 결국 상대방을 파멸에 이르게 한다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프라이멀 피어>에서 19살의 소년 용의자 애런 (에드워드 노튼 분)의 모습을 TV로 본 변호사 마틴(리차드 기어 분)은 스스로 교도소로 찾아가 무보수로 변호할 것을 제의했고 <해피투게더>의 아휘는 이기적인 보영(장국영 분)을 끊임없이 보듬어 준다. 한편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에서 14살의 미소년 타치오(비요른 안드레센)의 아름다움에 도취된 중년의 작곡가 에센바흐(더크 보가드)는 실현될 수없는 사랑에 서서히 병들어 간다.(<나쁜 교육>에서 자하라 분장을 한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위 사진)

수줍은 소년에서 매력적인 옴므파탈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스스로 ‘멜로 누아르’라고 칭한 <나쁜 교육>에도 이렇듯 치명적인 매력의 옴므파탈이 등장한다. 그 주인공은 <이투마마>에서 성에 눈뜬 고등학생 훌리오 역을, <아모레스 페로스>에선 형수를 사랑하는 옥타비오 역을 맡아 소년다운 순진함과 섹시한 남성미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멕시코의 신성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그는 <나쁜 교육>에서 1인 3역(자신의 목적을 위해 다른 자아로의 변신도 마다 않는 후안, 앙겔, 그리고 시나리오 속 가상 인물인 자하라)을 맡아 에너지 넘치는 연기를 선보였다. 이런 복합적인 캐릭터를 맡을 사람이 왜 ‘그’ 일수밖에 없었는지 감독으로부터 들어 본다.

가엘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첫번째 이유는…그의 키였다! 너무 크지도 않고, 너무 다부지지도 않았다. 여자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그런 신체적 조건이었다. 그리고는 그의 얼굴. 매우 섬세한 선의 얼굴이면서 두 가지 흥미로운 모습이 공존했다. 순수한 모습과 한 대 갈겨주고 싶은 느낌이 들도록 하는 모습, 남자로서나 여자로서 동시에 매우 유혹적이었다. 이런 그의 매력은 다른 이들이 그에게 가지는 집착을 이해하는데 매우 필수적인 요소였다. 또한 동시에 모두가 미워할 수 있는 정신병자여야 했다. 그러니까 아무런 문제없이 자하라도, 앙겔(이나시오)도, 후안도 될 수 있어야 했다.

후안의 이미지로 나는 뻔뻔하면서도 문제아인, <태양은 가득히>의 알랭 들롱과 같은 인물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양심이 없는 인간, 자신의 범죄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범죄자 말이다. 오히려 범죄는 그들을 더욱 빛나게 하고 더 매혹적으로 만든다. 아무것도 어떤 이들도 그들을 막을 수 없고, 육체적인 열정으로가 아니라 끝없는 야망을 위해서만 남자건 여자건 잠자리를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야망을 가진 인간. 필름 누아르의 팜므 파탈과 같은 그런 존재, 그녀들과 관계를 맺는 모든 남자들을 다 파멸로 이끄는 여자들. 이 영화의 경우에 그 팜므 파탈은 앙팡 테리블이다.(<이투마마>의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오른쪽 사진)

분명한 사실은 그가 해야만 했던 작업은 정말 힘든 것이었다는 거다. 세 사람이 동시에 되어야 하는 인물을 연기하는 것, 자신의 것이 아닌 어조를 만들어 내야 하는 것, 복장 도착자를 연기해야 하는 것.- 아마도 멕시코의 남성 문화와는 전혀 거리가 멀 텐데 말이다. 나에게서와 마찬가지로 그에게 있어서도 모험이었다. 아마 그가 지금까지 했던 작업들 중 가장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결과다, 그는 정말 눈부시다!(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자료제공 프리비젼/디지털 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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