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잔느(안 파릴로)가 자신의 자의식이 온전히 살아 있는 영화를 찍기 위해 수많은 난관을 뚫고 나가는 과정에서 그녀를 지탱하는 키워드는 단연 ‘컨트롤’이다. 세트장에서 안정을 느끼고 “배우는 재료에 불과하다”고 당연한 듯 말하는 그녀에게 영화의 성패는 외적 조건들이 자신의 말에 얼마나 순응하는지의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듯하다. 흥미로운 지점은 남자배우와 여자배우가 잔느의 까다로운 요구에 반응하는 각각의 방식에 있다. “배우의 본질은 여성”이라는 잔느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영화 속에서 남자배우는 그녀와 사사건건 부딪친다. 남자배우를 어르고 달래면서도 그를 ‘대상’으로 인식하는 잔느의 양가감정은 결국 그로 하여금 그녀의 욕망의 대상이 되고자 안달하게 만든다. 그 잘난 자존심을 던져버린 남자배우가 모조 성기를 달고 우스꽝스럽게 촬영장을 배회할 때, 잔느의 얼굴에 번지는 미소란 실로 승리한 자의 그것이다.
반면, 잔느의 말에 언제나 깊게 수긍하는 말없는 여배우의 고통스런 몸짓 연기에는 위대한 언니, 잔느(혹은 브레이야)의 언어를 마치 세상의 진리로 체화한 듯한 인상이 있다. 그러나 어린 여배우가 영화 속 영화에서 연기하는 역할을 보고 있자면 지금 브레이야에게 필요한 건 여배우를 등 뒤에서 안고 다독이며 ‘그래, 우린 여자야’라는 감상에 빠지는 대신 여배우의 눈과 입과 욕망에 언어를 주어 그녀가 감히 감독에게, 감독 자신보다 도발적으로 ‘질문’을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