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역전의 명수> 장항 선박수리소 촬영현장
2004-09-20
글 : 김수경
사진 : 정진환
어느 쌍둥이 형제의 인생역전담

채만식 문학관을 지나 금강 하구둑의 해안도로를 달리면 촬영장인 장항 선박수리소가 눈앞에 나타난다. 멀리 군산항의 불빛이 <위대한 개츠비>의 그것처럼 번득인다. 세트처럼 모래밭 위에 세워진 세척의 배들 사이로 파도소리만 간간이 들려오는 밤바다의 촬영장. 잿빛 ‘외연훼리’호의 뱃머리를 카메라가 지나치면 전북31 마9790 번호판을 단 검은색 그랜저가 뽀얀 먼지를 뒤집어쓴 채 조명 아래 빛난다. 한국 조폭의 상징인 각진 구형 그랜저 안에는 네 남자배우가 오밀조밀하게 앉아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명수가 탑에 걸리고 희만이까지 천천히 거쳐가는 느낌으로” 박흥식 감독(<인어공주>의 박흥식 감독과는 동명이인)이 무전기를 마다한 채 카메라와 모니터 사이 모래밭을 뛰어다니며 카메라워크를 일일이 체크한다.

<역전의 명수>는 역전(驛前)에 사는 명수의 인생역전(逆轉)담이다. 2분17초 차이로 일란성 쌍둥이 형으로 태어난 시장통 건달 명수는 입으로는 매번 투덜대지만 엘리트 동생 현수를 위해 모든 걸 양보한다. 군대도 대신 가고 징역도 대신 살아준 명수에게 세상과 현수는 어떤 보답도 하지 않는다. <가문의 영광>의 박대서와 <두사부일체>의 계두식 사이를 줄타기하던 정준호의 몸놀림이 하나로 뭉쳐져 삼각주를 이루는 자리가 바로 <역전의 명수>의 1인2역이다. “촬영분량의 97%는 출연한다. 아무래도 출연료를 2배로 받아야 했는데 계산을 잘못 한 것 같다. 이제 와서 <인어공주>의 전도연씨한테 물어볼 수도 없고”라며 너스레를 떠는 정준호. 명수와 현수의 촬영 분량은 6 대 4 정도라고 귀띔한다.

바닷바람이 차갑게 몰아치는 가운데 이석환 조명감독은 “바람이 세니까 오늘은 모기는 없네. 다 일장일단이 있어”라며 차 보닛을 넘나드는 카메라를 따라 발빠르게 조명을 세팅한다. 오늘 촬영의 하이라이트인 넙치(박효준)가 명수에게 뒤통수를 맞고 보닛의 유리를 깨는 장면. 슈팅 사인이 나고 정준호의 주먹이 넙치의 뒤통수로 날아든다. ‘쩍’하며 금이 가는 앞유리. 넙치도 놀라고 스탭들도 움찔한다. CG로 처리하거나 망치로 깨려던 유리를 머리로 받아 갈랐으니 놀랄 수밖에. 모니터 앞에 앉은 박 감독이 웃으며 “유리가 불량이거나 효준이 머리가 망치거나 둘 중 하나”라고 말하자 녹음기사와 연출부가 입을 모아 한마디 거든다. “저거 발로 차도 잘 안 깨지는데….” 넙치의 예상 외의 ‘활약’으로 다음날 격투신 앞뒤를 장식할 모든 준비는 완료되었다. 자동차 추격신을 제외하고 90% 이상 촬영을 마무리한 <역전의 명수>는 12월5일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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