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남자의 욕망이 만드는 미궁을 그려낸 <나쁜 교육>의 두 남자 주인공 앙겔과 엔리케. 극중 상반되는 매력으로 관객의 눈을 붙잡는 그들의 이미지는 상당부분 배우 자체의 개성에도 기대고 있다. <나쁜 교육>에서 1인 3역을 맡으며 옴므 파탈로서의 매력을 과시한 멕시코의 섹시 배우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의 상대역인 차가운 지성미의 영화감독 엔리케 역을 맡으며 기존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매력을 보여준 펠레 마르티네즈 역시 눈에 띄는 배우다. 침착한 이성을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내재된 열정에 몸을 맡기는 쾌락주의자 역을 맡음으로써 지성미와 함께 날씬한 몸매를 과시한 배우 펠레 마르티네즈, 그의 이름은 우리에게 생소하지만 이미 몇 편의 영화를 통해 그의 얼굴은 낯설지 않다.
<오픈 유어 아이즈>와 <그녀에게>에서의 좋은 연기로 전 세계적으로 낯익은 얼굴이 된 스페인 배우 펠레 마르티네즈는 국제적으로 인정 받고 있는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와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과 함께 작업하면서 전세계적인 성공을 맛보았다. 데뷔와 함께 그에게 고야상(스페인의 아카데미 격)을 안겨준 아메나바르 감독의 <떼시스>에 이어 그는 약간은 덜 알려진 스페인 영화와 외국의 메이저급 영화들에 번갈아 출연하였다. 스페인 발렌시아 지방 알리칸트 출신인 이 전도유망한 배우는 마드리드에서 연기 공부를 했으며 <떼시스>에서 소름끼치는 스너프 필름에 대해 파고드는 역할을 맡기 전, 스무 살도 채 되지 않은 나이에 몇몇 친한 친구들, 동료 학생들과 함께 섹스-피아레 (Sex-Peare) 극단을 결성하기도 했다.
<떼시스>(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1996)
<오픈 유어 아이즈>(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1997)
<그녀에게>(페드로 알모도바르, 2002) <다크니스>(자우메 발라게로, 2002)
알모도바르 감독이 말하는 펠레 마르티네즈 : 아예 다른 사람, 다른 배우
<나쁜 교육>에서 펠레 마르티네스는 아예 다른 사람, 다른 배우처럼 보인다. 보기 좋다. 난 그를 너댓 달 동안 운동을 하게 해서 그가 더 나은 몸매와 다른 자세를 갖도록 살을 빼게 했다. 그는 모두가 자기를 더욱 섹시하게 보는 것에 아주 기뻐했다. 외양 뿐만이 아니라 우린 그의 목소리톤도 바꾸어놨다. 목소리 음역이 더 낮아지도록 만든 거다. 그는 캐릭터에게 자신의 심장과 피부 그리고 모든 것을 줬다. 난 지금부턴 펠레가 10대를 벗어나 더욱 성숙한 연기를 해낼 것이라 믿는다. 그는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이다. 극단적인 장르 즉, 정열적인 드라마에서부터 미치광이 같은 코미디까지 섭렵할 수 있다. 기민하고 대범하며 관대하면서도 잔인하다. 나는 그와 연결되어있다고 느낀다. 모든 캐릭터에는 조금씩의 내가 있지만, 그(극 중 영화 감독역)에게는 조금 더 많이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