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영화제를 노린 면이 없다면 거짓이다." 지난 21일 국내에서 <빈 집>의 첫 시사회를 가진 김기덕 감독은 <빈 집>이 해외영화제용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런 면이 없다고 말 못한다"고 답했다. 단적으로 <빈 집>에는 대사가 없다. 해외 관객을 만나는데 대사 장벽을 허문 것이다. 이는 해외 관객에는 물론 해외영화제 심사위원들도 포함돼 있다. 김감독은 이에 대해 "어쩌면 자포자기한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관객은 내 영화를 거의 수용하지 않는다. 적어도 한국의 보편적인, 구름처럼 몰려다니는 관객들은 내 영화를 수용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아예 해외 관객들을 대상으로 만드는 것이 어떻까 생각했다. 국내에서 수용하지 못한다면 해외의 100만명 관객이라도 수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는 또 "<빈 집>은 매우 소박한 영화다. 그런 소박한 영화에 굉장히 큰 왕관이 씌워진 것이 사실이다. 왕관이 너무 커서 머리에 쓰지도 못하고 가슴에 매달고 있는 형국이다"면서 "하지만 그 왕관덕에 이미 <빈 집>의 해외 세일즈가 끝났다. 해외 마켓에서 마케팅비를 쓰지도 않았는데도 이미 100만 달러의 수출고를 올렸다. 그러니 해외 관객들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빈 집>에서 이승연의 대사는 딱 두 마디. "사랑해요", "식사하세요". 남자 주인공 재희는 그나마도 없다. 단 한 마디도 입밖에 내지 않는다. 대다수 엑스트라와 이승연 남편의 몇 마디를 빼고는 대사가 없으니 거의 마임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승연과 재희는 "대사가 없으니 너무도 편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