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튜브픽쳐스 황우현 대표, 영진위 비판
2004-10-08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심사 과정에 문제제기

"한국영화의 진흥을 위한다는 곳이 어떠한 영화가 아카데미에 출품돼야 하는지는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튜브픽쳐스의 황우현 대표(사진)가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 선정을 두고 되풀이되는 촌극에 대해,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무능을 질타했다. 그 자신 2002년 발생한 <집으로…> VS <오아시스' '분쟁'의 주인공이라 관심이 간다. 그는 "당시에도 영진위의 무능으로 문제가 엄청나게 커지고 왜곡됐다. 나 역시 영진위의 처사때문에 너무도 억울했다"고 밝혔다.

황대표는 7일 "아카데미 영화제 외국어 영화상 후보로 어떤 작품을 올려야 할지는 영화를 안봐도 알 수 있다. 작품이 좋고 나쁨의 문제가 결코 아니지 않은가. 아카데미에서 상을 탈 만한 작품인가가 중요한 것 아닌가. 아카데미의 성격에 맞는 영화를 내보내야 하는 것이다. 심사위원도 필요없다. 심사위원을 내세우는 것은 영진위가 책임을 회피하려 하는 것이다. 한국영화의 진흥을 위해 일한다는 곳이 어떤 영화가 아카데미에 출품돼야 하는지는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꼬집었다.

그는 2002년 <오아시스>가 아카데미 출품작으로 선정된 후, 공식으로 반기를 들고 나와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그와 이정향 감독은 영진위 앞으로 <집으로…>가 아카데미에 출품돼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당시 소문에는 내가 선배들한테 반기를 드는 완전히 정신 나간 놈이었다. 하지만 난 정말 억울했다. 당시에도 영진위는 <집으로…>가 출품자격이 있음을 인정해놓고는 결국 <오아시스>로 결정을 내렸다. 이후 우리가 반발하자 영진위는 <오아시스> 측을 찾아 설득하면 <집으로…>를 추천하겠다고 했다. 결국 우리가 설득하는데 실패하면서 영화사끼리의 분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황대표는 당시 <집으로…>가 아카데미행 티켓을 쥐었다면, 분명 아카데미의 레드카펫을 밟았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금까지 아카데미행 티켓을 쥔 한국영화 중 실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 다섯 편에 오른 작품은 단 한편도 없다.

"아카데미 수상은 철저하게 로비로 이뤄진다. 또 미국에 팔리지 않은 영화는 후보작에 들 가능성이 없다. 당시 <오아시스>는 미국에 팔리지 않았다. 그러나 <집으로…>의 수입사인 미국 파라마운트사의 회장은 직접 우리에게 서한을 보내, <집으로…>는 따뜻한 가족 이야기이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밀겠다고 했다. 그래서 너무 억울하다. 한국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를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는데 놓친 것이다." 그는 이어 현행 아카데미 출품작 심사과정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영진위의 심사과정이 바뀌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진통이 빚어질 것이다. 2002년 아카데미 출품을 위해 자료를 준비해간 영화는 우리밖에 없었다. 우리는 두껍게 자료집을 만들어갔으나 프리젠테이션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심사위원들이 결정한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 사실 올해에도 심사 이틀 전에야 영진위가 나한테 심사를 해줄 수 있냐고 물어왔다. 그렇게 모인 심사위원들이 출품작을 심사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그래서 난 거절했다. 국내 시장이 커지고 해외 시장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출품작 선정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확실해야 한다."

서울=연합뉴스, 사진=씨네21 데이터베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