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피함의 연속? 그건 성장의 증거!"
이와이 슈운지 감독과의 대면을 앞둔 순간, 용이 감독은 다소 긴장한 표정이었다. 대담 자리에서 그는 “CF와 뮤직비디오를 거쳐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를 통해 영화 감독이 되기까지 당신의 영화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고백했다. 결국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던 두 감독의 만남은 칭찬과 격려가 오고가는 것으로 마무리됐고, 마지막 순간 오랜 우상은 바의 피아노로 <하나와 앨리스>의 테마곡을 연주해 주었다. 그것은 영화의 바다에서 이루어진, 설레는 만남의 끝맺음으로는 더할 나위없이 완벽한 것이었다.
-나는 옛날부터 당신이 만든 영화는 모조리 찾아봤고, 소설이나 글들도 모두 봤다. 시나리오 작업 전부터 소설로 써놓고 영화화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럼 당신의 소설 <월리스의 인어>도 영화화되는 건가?
=모든 작업을 그런 식으로 하는 건 아니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은 소설이 먼저였지만, <하나와 앨리스>는 만화를 그려놓은 다음에 영화를 만들었으니까. 싫증을 잘낸다는 것은 내 단점이기도 한데, 그림을 그리거나 소설을 쓰면서 뭔가를 만들고 있지 않으면 영화가 완성되기까지 그 지루한 과정을 견딜 수가 없다.
-나도 여러 방면에 호기심은 많은데, 싫증을 쉽게 낸다. 영화를 하기 전에는 CF 감독과 뮤직비디오 감독이었다. 당신도 비슷한 경력을 가지고 있지 않나?
=그렇다. 대학교에서 교육미술이라는 어중간한 학문을 전공했지만 미술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었다. 그저 내가 만들고 싶은 영화들을 만들었고, 졸업 후 뮤직비디오를 통해 프로에 입문했다.
-미술을 전공한 것도 나와 비슷한 점이다. 또다른 공통점은 디지털 작업과의 관계인데, 당신은 <릴리 슈슈…>부터 디지털로 작업을 했다고 들었다. 나 역시 디지털 작업을 계속하려고 하지만 불편한 게 많다. 당신에게 디지털 작업은 어떤 의미인가.
=이번에는 필름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구현됐지만, 해상도가 좀 떨어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해상도가 다는 아니지 않나. 게다가 어차피 관객들은 필름인지 디지털인지 잘 모른다. 디지털 작업은 혼자서 뚝딱뚝딱 만들어 키네코 작업만 거치면 되니, 훨씬 편한 것 같다. 이때 중요한 건 자신이 디지털 작업을 어떤 식으로 개발할 것인지다.
-혹시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유래한 것인가. 그래서 영화 속에서 트럼프가 중요한 모티브로 등장하는 것 아닌가.
=기억이 안난다. 처음에 제목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하자는 말은 있었지만….
-나는 이 영화가 단순히 삼각관계를 다룬 청춘 로맨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하나와 앨리스의 관계, 소녀들만의 우정보다는 더 짙은 어떤 감정 같은 것이 중요하지 않았나.
=기본적으로 그 나이의 소녀들이 맺는 관계는 외적인 환경문제가 친구들을 붙여놓거나 떨어뜨려 놓는 것 같다. 학교가 다르고, 해마다 반이 바뀌면 친구 사이는 멀어지게 되지 않나. 잔혹한 이야기이지만 영원한 친구라는 말은 영원한 것이 아니다.
-토슈즈 대신 종이컵을 쓰는 장면은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었나?
=처음엔 그냥 발에 테잎을 감아서 하려고 했다. 그런데 발레 교사가 그게 불가능 하다면서 일테면 종이컵처럼 딱딱한 게 있어야 한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실제로 촬영 할 때 본인은 굉장히 힘들어했다.
-<하나와 앨리스>의 마지막 장면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교실 밖으로 보이는 아톰, 바닷가에서 세 명의 아이들이 노는 장면도 그렇다. 그런 장면들은 영화를 만들기 전부터 머릿속에 있던 그림인가?
=아톰 풍선의 경우, 처음엔 미술세트로만 있었던 장식품이었고 그렇게 크게 잡을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학교 촬영을 끝내고 다른 촬영지로 달려가던 중에 복도에서 보니까 창문에 아톰 얼굴이 크게 보였고, 반드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촬영감독을 불렀다. 그렇게 즉흥적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의외로 처음부터 준비했다가도 못쓰는 것도 있고. 원래는 <릴리 슈슈의 모든것>에서 그런 식으로 풍선을 사용하려고 했다가 넣을 부분이 없어 포기한 것이었는데, 결국은 이런 식으로 쓰게 되더라. 자기가 사용하고 싶은 이미지를 어떤 일이 있어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에 필요가 없다면 과감하게 버릴 때 버릴 수도 있어야 한다.
-사실 아톰이 갑자기 그렇게 크게 보인 것은 재밌긴 하지만, 자칫 전체 영화 속에서 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다. 사실 난 내 첫 영화에서 그걸 잘 못해서 실패한 것 같다.(웃음)
=나도 실패의 연속이었고, 학생 때 찍은 뮤직비디오는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을만큼 창피한 것들이다. 처음엔 자기가 한 달 전에 찍은 것도 쑥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건 그만큼 빠른 속도로 성장한다는 증거다.
-첫 작품 이후 도저히 다음 작품을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근데 <하나와 앨리스>를 본 뒤, 다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당신이 만든 영화가 누군가에게 큰 도움이 된 셈이다. 영화를 만드는 보람이 거기에 있는 것 같다. 직접 누구에게 도움을 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누군가 내 영화를 보고 하루만이라도 기분이 좋을 수 있다면 그걸로 보람된 일 아니겠나.
=사실 영화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아니다. 어찌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일 수도 있다. 개봉 하자마자 비디오가게로 가게될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내 영화가 담긴 비디오를 이사 가면서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만일 그가 이사가면서 다른 친구한테 그 테입을 선물한다면, 그리고 그 친구에게 그 영화가 평생 잊지 못하는 것이 된다면, 그런 일들을 생각하면 영화를 한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Meet Iwai Shunji
Upon meeting director Iwai Shunji, director Yong-ih seemed little tense. During the talk he confessed, "From the days of making CF and music videos to a career as a film director that started with (2003), your films have influenced me greatly." In the end, the meeting between the two directors who share so much in common was completed with compliments and encouragements for each other. To mark the finale, the long time hero played the theme song with piano, a perfect finish to a heart-throbbing meeting.
-I have searched and seen all your movies, not to mention having read all your novels and writings. I heard that you write the novel prior to working on scenario in making a film. Is your novel (Novel) also to be made into a movie?
=Not all the works are done that way. For (2002), novel format was first, but for (2004), film was made after the animation was completed. The fact that I get bored easily is also my weak point, but unless I am constantly creating something by either drawing or writing, I find it hard to withstand the long and tedious process of finishing a film.
-I also have interest in various fields, but get tired of them easily. Before making films, I directed CFs and music videos. I understand that you have similar background.
=Yes. In college, I majored in a rather ambiguous field of education art, but I did not have much liking for art. I just made films I wanted to make, and entered the profession after making music videos after graduation.
-I think that (2004) is more than a simple young romance dealing with a love triangle. A more intense feeling than that of friendship between the girls, seemed to be more important between Hana and Alice.
=Fundamentally, relationship among girls of that age is bonded and separated by outer factors. Being in different schools and having yearly change in classes make closeness between friends fall apart. It sounds cruel, but the saying, friends forever, is not something that's not forever.
-In the film, the image of Atom was very impressive. Are such scenes pictures that you envisioned in your mind prior to start shooting?
=In case of Atom balloon, I had no intension to get it that big in the scene because it was supposed to be just a part of the stage. However, while running to a different location after having finished the school scene, I saw a big Atom face through the window and decided that I must use it. So there are cases that I improvise. Originally, I had planned to use such image in (2002), but had given up because there weren't any appropriate place. Yet, later it came to be used in such way. One must also be able to throw away ideas, and not be obstinate on images one wants to use.
-Actually, although it was amusing to see Atom look so big, it could have seemed to stand out from the film as a whole. However, it blended in so naturally. I think I failed in my first movie because I wasn't able to do that well. (laugh)
=In the beginning, I was failing one after another. Music videos that I made as a student are real embarrassments. At first, stuff that you shot only a month ago feel awkward. But it is also a proof that you are maturing that fast.
-After my first work, I didn't think I could commit myself to another one. But after seeing , I wanted to make film again. The film you have made became a big help to someone else. I think that's where the reward of making film lies.
=In fact, films could be something of no value. It could head straight to the video store upon release. Someone may throw away the video tape of my film when moving house. But if he gives the tape to his or her friend upon moving house, and the film turns out to be his or her unforgettable experience... If you think about all these possibilities, doing film is really a wonderful th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