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제작자들><헤어스프레이> 등, 영화를 무대에 올렸던 작품들의 역영화화도 활발해
2004-10-12
글 : 김도훈
할리우드에 부는 뮤지컬 바람

노래하고 춤추는 스크린의 시대가 다시 돌아오는가. 할리우드에 뮤지컬영화 제작 붐이 거세게 불고 있다. 현재 수면 위에 부상한 프로젝트만도 여러 편으로, 뉴라인 영화사는 <헤어스프레이> <제작자들>의 본격적인 프로덕션에 착수했으며, 레볼루션 스튜디오는 에이즈 시대의 젊은 동성애자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뮤지컬 <렌트>를 영화화할 감독으로 크리스 콜럼버스(<해리 포터>)를 낙점했다. 한편 워너브러더스가 제작하고 조엘 슈마허가 감독한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오페라의 유령>은 12월 전세계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그외에도 브로드웨이의 성공작 <미스 사이공> <레미제라블> <아가씨와 건달들> 등의 판권이 이미 할리우드 제작사들에 팔린 상태다.

뉴라인 영화사의 회장 마이클 린은 새롭게 전개되고 있는 뮤지컬영화 제작 붐에 대해 “이전과는 달리 뮤지컬영화도 상업적인 가능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는 인식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뮤지컬영화 <물랑루즈>와 <시카고>가 전세계적으로 수억달러의 이익을 남기고 오스카 주요 부문을 획득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보수적인 제작자들의 지갑이 마침내 열린 것이다.

게다가 이미 기본적인 음악, 대사와 설정이 구체화되어 무대에 올려지는 뮤지컬은 소설보다 더 손쉽게 각색과정을 거쳐 영화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뮤지컬이 영화로 만들어지면 원작 브로드웨이 뮤지컬 관객을 감소시킨다는 브로드웨이의 오랜 미신이 있긴 하지만 <오페라의 유령>을 제작한 오스틴 쇼는 이를 가볍게 넘긴다. “내 생각에 그런 사고방식은 이미 지난 10년간 완전히 사라진 거나 마찬가지다. 비디오로 제작된 <캣츠>와 영화화된 <시카고>는 오히려 오리지널 뮤지컬의 관객 동원 수를 엄청나게 끌어올렸지 않은가.”

지금의 뮤지컬영화 제작 붐에서 가장 재미있는 사실은, 영화화가 진행 중인 <헤어스프레이>와 <제작자들>의 원작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이미 한번 오리지널 영화를 바탕으로 각색되어 무대에 올려진 작품들이라는 점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헤어스프레이>는 지방방송사 주최의 댄스대회에서 댄싱퀸이 되고 싶어하는 여고생이 주인공인 존 워터스의 88년작 컬트영화가 원작이며, <제작자들>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멜 브룩스의 68년 코미디영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원작영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을 재차 스크린에 옮기는 것에 대해 말들이 무성하지만, <제작자들>의 감독 멜 브룩스는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불가능은 없다는 입장을 표출했다. “영화를 뮤지컬로 만든 뒤 그걸 재차 영화로 만들면 안 되며, 그런 짓은 근친상간이나 마찬가지라고들 하는데 그렇게 적혀 있는 율법책이 있기라도 한가.” 물론 표를 구매할 관객이 존재하는 한 지금의 할리우드는 그런 율법책 따위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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